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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Oct 22. 2021

[소설] 수호천사는 날개를 달고 있지 않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그 사고는 그로부터 두 다리를 앗아갔다. 오랫동안 다리를 짓누르고 있던 트럭이 화근이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큰 사고를 당했지만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하지만 사고의 흔적은 생각보다 컸다.

  너무나 불편했다. 불편함이 심해지자 남들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을 때마다 화가 났다. 죽은 사람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삶의 연속일 것만 같았다. 급기야는 사고로부터 생명을 부지했다는 운명이 원망스러워졌다.

  병원의 옥상으로 향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안간힘을 써가며 올라왔지만 뛰어내리는 것은 더 힘들었다. 그렇게 몸을 내던지려 할 때 가까스로 뒤따라온 아버지가 뛰어와 그를 말리며 말했다.

  “다리가 없어도 잘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을 거다. 너는 내 아들이니까. 두 번 다시 살아갈 용기를 잃지 않도록 수호천사가 언제나 너와 함께 할 거다.”

  아들은 울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 위해 그는 우선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용기를 되찾기 위함이었다. 한 구절이 눈에 띄었다.

  [수호천사는 날 수 있지만, 날개를 달고 있지는 않다.]

  알 수 없는 그 내용이 왠지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 와닿았다. 그는 그 구절을 소중히 간직했다.

  병동에서 환자들을 만날 때마다 그는 웃으며 인사를 했다. 때로는 예전의 자신만큼 좌절한 이들이 생기면 찾아가 위로를 건넸다. 그의 위로에는 진실함과 따스함이 주는 거대한 울림이 있었다.

  이제 병원에서는 그를 모르는 이가 없었다. 다른 병원에서도 소문을 듣고 그가 와주기를 청했다. 그는 먼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강연 요청도 쇄도했다. 그의 강연에 사람들은 몰려들어 박수갈채를 보냈다.

  라디오에서도, 텔레비전에서도 출연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책을 통해 그의 위대한 삶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사람도 나타났다. 그렇게 삶의 불꽃이 꺼지는 순간까지 그를 보며 수많은 사람들은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렇다. 수호천사는 날개를 달고 있지 않다. 단지 힘든 이에게 입혀주기 위해 날개옷을 입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가 두 다리 대신 날개옷을 입고 있을 수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 역시 누군가의 삶의 가장 힘든 순간에 날개옷을 벗어 입혀줄 수 있는 수호천사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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