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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Nov 02. 2021

특별한 관계, 특별한 전유물

속삭임이라는 행위가 가까운 관계에서만 행해질 수 있는 전유물은 결코 아니지만, 가까운 관계에서의 속삭임은 전유물처럼 특별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그런 관점에서 단순한 지인 사이의 속삭임과 연인 사이의 속삭임은 느낌이 좀 다르다. 전자가 기껏해야 험담이나 정보의 비밀스러운 공유라면, 후자는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왜일까? 아마도 목적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전자의 관계에서 그 속삭임은 어떤 말을 한 사람에게만 전달되도록 하는 보안유지의 측면이 강하다. 물론 후자의 관계에서도, 어떤 말을 전달하든 그 목적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말의 내용이 제삼자들에게까지 알려지기에는 부끄럽기 때문이든, 정말 비밀스러운 내용을 주고받든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 또 다른 목적을 가진다는 것 역시 확실하다. 그렇지 않다면 서로의 말이 서로에게만 전달되는 둘만의 공간 속에서는 굳이 속삭일 이유가 없을 테니까. 그런 때의 속삭임에는 같은 말이라도 평소보다 서로에게 더 특별하게 전달되어 감정을 더 충만하게 하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달콤한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 특별한 관계와 공간 속에서의 속삭임은 다른 속삭임과는 달리 전유물로써 기능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기능할 때에, 속삭임의 주체와 객체인 이들은 자신들이 특별한 관계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더 특별한 관계를 다져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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