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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Dec 10. 2021

휴식

모든 사람은 언젠가 몸과 마음이 지칠 때를 맞이하게 되어 있는 법이고, 그래서 필연적으로 휴식을 요구받게 된다. 그런데 휴식은 쉰다는 뜻을 담고 있을 뿐, 어떤 행위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니, 그 이전에 어떤 행위도 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의 영역에 있을지 모른다. 이를테면 잠을 자는 것도 가만히 눈을 감고 숨을 쉬면서 때때로 뒤척이는 행위를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휴식 역시 사실상 행위의 일부라 정의해도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또한 휴식의 범위는 정해져 있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수면이나 독서, 영화감상 등 비교적 정적인 행위가 휴식이 될 수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등산이나 운동, 여행 등 동적인 행위가 휴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 범위는 동일한 사람에게도 변동될 수 있다. 때로는 정적으로, 때로는 동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싶어질 때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비약해 보자면 휴식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그저 잠시 떠나 있다가 돌아오는 이별이라는 행위 역시 휴식의 종류에 포함될 수 있다. 물론 영원한 이별도 분명 존재하기에 그러한 이별을 가볍게 여기고 싶지만은 않지만 영원하지 않기를 바라는, 결코 무겁게 여기고 싶지 않은 이별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럴 때 이별의 당사자들은 종래에 알려진 이별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떠올려보게 된다.


이별의 정의에 시간적 의미는 내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잠깐의 이별과 영원한 이별은 모두 존재한다. 그리고 잠깐의 이별에 감히 휴식이라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해보고 싶다. 물론 거기에는 지쳐 있는 몸과 마음이 회복되면 언제라도 휴식을 끝내고 아무 일 없던 듯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누군가의 작은 소망이 담겨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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