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함과 사랑함이라는 감정에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은 모르겠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저 좋아하는 감정이 일정한 기준을 넘어서면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 근거를 두 가지 제시해보려 한다.
첫 번째는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과 치킨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인식의 차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두 사람 모두 치킨을 즐겨 먹는 사람으로 여길 것이다.
그런데 그 차이를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먹고 싶어질 때마다 기꺼이 치킨을 사 먹지만 가끔은 질리기도 하는, 자못 일반적인 범주에 있는 사람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언제 어느 때에 치킨을 사 먹어도 행복하고 웬만큼 자주 먹어서는 질리지도 않는 그런 매니악한 사람이 그려질 수 있다. 이만큼의 차이가 좋아함과 사랑함의 차이가 아닐까?
두 번째는 좋아함에도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관계가 있는 반면, 사랑하는 관계에 있어서는 좋아한다고 말하기 어렵지 않다는 관계 속 단어의 용례에서 나타나는 차이다.
이 단순한 용례는 사랑이라는 감정에는 필연적으로 좋아하는 감정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즉 사랑이란 좋아함+명확히 정의하기 힘든 그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필자는 그 무엇 역시 좋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사실이라면 좋아함과 사랑함의 구분이 매우 어렵다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도대체 얼마나 좋아해야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어려움이 특히 연인관계에서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 때가 있다.
왜냐면 이 관계는 대개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감정에 대한 믿음으로 유지되는 관계이기에 그 감정을 오인하는 것만으로 관계가 틀어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예로 보면 친구는 그렇지 않다. 특정한 친구를 좋아하든 사랑하든 보통 관계에 별다른 변화는 없다. 하지만 연인은 좋아하는 것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그 정도의 감정이라면 연인이 아니라 친구에 머물렀어야 할 테니까.
그래서 좋아함과 사랑함은 생각보다 구별하기 어렵고 때로는 굳이 구별할 필요도 없지만 연인관계, 더 나아가 부부관계에 있어서 만큼은 그 감정을 필히 구분하고 책임질 필요가 있다. 더구나 이 관계는 철저히 자신이 선택한 관계이면서, 동시에 상대방을 선택하게 만든 관계이기에 책임을 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책임의 결과가 이별이든 영원한 만남이든, 자신의 감정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