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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04. 2022

근자감론

이론을 의미하는 -론 을 아무 데에나 갖다 붙여 함부로 명명해선 곤란하겠지만, 다름 아닌 근자감에 대한 철학에는 한 번쯤 갖다 붙여 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근자감 자체를 설명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좋아하고, 그 감정을 자주 가지고, 또 자주 이용한다. 관념적 단어나 문구에 방점을 찍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 쉽게 이해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들지만, 자신감이란 뒷받침되는 근거의 유무와 별개로 커다란 의미가 있다는 게 내 지론이다.


물론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사실이 근자감의 필요성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그 부작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근자감 역시 긍정적인 의미와 그 필요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깨끗이 인정하는 데에 있다. 이 대목에서 어떤 이는 의아해하며 질문을 던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근거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자신감도 근자감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그런데, 사실 근자감론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근자감의 건강한 활용이란 근거가 없음에도 자신감을 가지는 것, 자신감을 가지면서도 근거는 없음을 잘 알고 있는 것, 이 두 가지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때로 사람들은 근거가 있을 때에만 자신감을 가지려 한다. 하지만 그 근거를 찾기가 여의치 않을 때가 있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안 될 근거를 찾는 건 될 근거를 찾는 것보다 훨씬 쉽다.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재능이 없어서. 하지만 그 안에서 성취를 향한 의지가 생겨날 리 없다.


근자감은 바로 이 의지를 갖게 해 준다. 그리고 근거를 찾는 데조차 의지를 필요로 하기에, 근거보다 자신감이 먼저가 된다. 근거를 고려하는 건 그다음이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근거가 없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근거를 마련해 나가면 그만이니까. 그래서 궁극적으로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분명 근거 없는 자신감이 선행되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성공을 원하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그렇게 원하고 있으면서도 의지는 없는 사람 역시 많다. 나는 근자감이 그럴 때 의지를 갖게 도와줄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그래서 근자감이 필요한 이유란 단순하다. 없는 근거는 나중에라도 만들어내면 되지만, 없는 자신감은 만들어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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