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는 방법을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개 정해져 있다. 그저 글을 많이 보고,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이다. 자못 원론적인 이 대답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며, 이 사실은 또한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을 전한다.
딜레마는 여기서 생긴다. 글을 보는 것과 쓰는 것. 이 두 가지 행동을 위해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할애해야 할 것인가?
글을 보기만 해서는 결코 글을 잘 쓸 수 없다. 보는 것과 쓰는 것에는 마치 이론과 실전처럼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글만 계속 써내려 가다 보면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다. 글을 접해야 늘어나는 어휘력, 표현력 등의 역량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내 생각으로는, 일정한 시점까지는 글을 쓰는 것보다 보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 시점을 넘기면서부터 글을 쓰는 데에 조금씩 시간을 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보는 것보다 쓰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조금 비약해 보자면, 그러다 보면 언젠가 글을 보는 것이 더 이상 필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시점에 도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내 생각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근본적인 딜레마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지점은 언제인가? 얼마나 많은 글을 읽어야 글을 쓸 수 있는 적절한 시점에 도달할 것인가? 과연 그것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있는 걸까? 하는 문제들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처음의 원론적인 대답으로 돌아오게 된다. 어차피 그런 시점 따위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저 충분히 많이 보고, 충분히 많이 써 보는 수밖에 없다. 부족하다 생각될 때마다 글을 보고, 쓰는 행위를 반복해 나가는 것만이 글을 잘 쓰는 방법인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 타인의 글쓰기 노하우를 참고한다 해도 그것은 그저 참고가 될 수 있을 뿐이다. 자신만의 글은 자신의 글을 써내려 가면서 완성되어 가지만, 평생 완성되지는 않는다. 그 과정 속에 결과가 있고, 그 결과가 곧 과정인 것이다. 왕도가 없다는 말은 슬프게도 들리지만, 그래도 명확하다는 사실 속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그것은 분명히 전진하고 있다는, 더디지만 희망찬 발걸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