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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05. 2022

작가지망생의 딜레마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개 정해져 있다. 그저 글을 많이 보고,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이다. 자못 원론적인 이 대답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며, 이 사실은 또한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을 전한다.


딜레마는 여기서 생긴다. 글을 보는 것과 쓰는 것. 이 두 가지 행동을 위해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할애해야 할 것인가?


글을 보기만 해서는 결코 글을 잘 쓸 수 없다. 보는 것과 쓰는 것에는 마치 이론과 실전처럼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글만 계속 써내려 가다 보면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다. 글을 접해야 늘어나는 어휘력, 표현력 등의 역량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일정한 시점까지는 글을 쓰는 것보다 보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시점을 넘기면서부터 글을 쓰는 데에 조금씩 시간을 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보는 것보다 쓰는 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조금 비약해 보자면, 그러다 보면 언젠가 글을 보는 것이  이상 필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점에 도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내 생각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근본적인 딜레마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지점은 언제인가? 얼마나 많은 글을 읽어야 글을 쓸 수 있는 적절한 시점에 도달할 것인가? 과연 그것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있는 걸까? 하는 문제들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처음의 원론적인 대답으로 돌아오게 된다. 어차피 그런 시점 따위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저 충분히 많이 보고, 충분히 많이 써 보는 수밖에 없다. 부족하다 생각될 때마다 글을 보고, 쓰는 행위를 반복해 나가는 것만이 글을 잘 쓰는 방법인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 타인의 글쓰기 노하우를 참고한다 해도 그것은 그저 참고가 될 수 있을 뿐이다. 자신만의 글은 자신의 글을 써내려 가면서 완성되어 가지만, 평생 완성되지는 않는다. 그 과정 속에 결과가 있고, 그 결과가 곧 과정인 것이다. 왕도가 없다는 말은 슬프게도 들리지만, 그래도 명확하다는 사실 속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그것은 분명히 전진하고 있다는, 더디지만 희망찬 발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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