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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Nov 25. 2021

사소한 것들

생각과 판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털끝만큼 사소한 것일 때가 있다. 어떤 이는 핸드폰 액정과 필름 사이에 들어간 보일랑 말랑한 먼지 하나 때문에 애써 붙인 필름을 교체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조그맣게 삐져나온 썸남의 코털을 보고 정나미가 떨어져 관계를 정리하기도 한다.


그렇게 일견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갑자기 자신에게 커다란 의미로 다가왔다면 과도한 의미부여가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그 사소해 보이는 것이 사실은 결코 사소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현상 자체가 지금껏 의미의 크기를 잘못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상처가 되었을 때 그 한마디 말은 이미 사소하지 않다. 화자에게는 영원히 사소할지 몰라도, 청자에게는 두 번 다시 사소해지지 않는다. 비단 말뿐이 아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전해준 사소한 목걸이는 때로 그 어떤 값비싼 장신구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다.


결국 사소한 것들의 개념은 결코 절대적일  없고, 실제로 절대적이지도 않다. 고작 그거 하나 때문에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들 필요가 있냐는 말 속의 ‘그거 하나 누군가에게나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는 것뿐이다. 실제로 당사자는 그렇게 크게 만들 필요가 충분히 있어서 크게 만들었을  있다.


그래서 가끔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자신을 미치게 만들 때, 그것이 정말로 사소한 것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런 것들이 자꾸 신경 쓰인다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소한 존재로 여겼던 사람이 계속 눈에 밟히고 시시때때로 생각난다면, 거기에도 분명 이유가 있다. 그리고 아마 그 이유는 결코 사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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