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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Apr 14. 2022

괜찮은 거지?

괜찮다는 대답은 상투적으로 사용될 때가 많기에, 정말로 괜찮은지 깊게 생각해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저 조금이라도 나아졌을 때,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기대될 때, 상대방의 걱정을 덜어주어 당장의 분위기를 벗어나고 싶을 때 그렇게 말을 건넨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역으로, 그 대답에 상대방이 정말로 괜찮은지 깊게 생각해보는 사람도 별로 없다. 곁에서 아직 완전히 괜찮지는 않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아차릴 수는 있어도, 이내 곧 괜찮아지리라 생각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답과 달리 사실은 괜찮지 않을 때 문제는 발생한다. 대답과는 다른 상태를 느끼지만, 이미 괜찮다 말했기에 다시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실제 상태와 대답 간의 괴리는 커진다.


반면 대답을 들은 사람의 반응은 어떨까? 어쨌든 괜찮다는 대답을 들었기에, 과거는 잊고 더 이상 상대방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다. 또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 화제를 전환해 가며 떠들어댈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초점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어떤 행위든 무의미해질 확률이 높다.


물론 괜찮다 대답한 사람이, 그 대답에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애써 추스르는 경우도 많다. 또한 상대방이 진심을 눈치채고 정말 괜찮은지 되묻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사실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위의 예시에 부합할 때는 분명 있다.



[잘 지내? 괜찮은 거지?]

[괜찮아, 잘 지내.]


나는 정말로 괜찮았던 걸까? 핸드폰 너머로 진심을 들킬까 얼마나 가슴 졸였을까? 짤막한 텍스트에 혹시라도 마음이 묻어 나올까 얼마나 힘겨웠을까? 고작 그 몇 마디가 뭐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그래 놓고 왜 거짓말을 알아채 주길 바랬을까? 왜 눈물은 흘렀을까?


[괜찮지 않았어, 사실은. 그렇지만 이제는 정말 괜찮아.]


물론,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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