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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Apr 17. 2022

오갈 데 없는 마음

만일 마음이 눈에 보인다면 어떤 마음이든 한 군데에 뭉쳐 있지도, 머물러 있지도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마음을 포함해 여러 개로 나눠서 서로 다른 존재에게 조금씩 주었으리라. 마음을 준다는 건 그런 거다.


그런데 마음이란 주고받는 것이어서 마음을 내어준 존재로부터도 마음을 받게 된다. 그리하여 가슴속에는 받은 마음들이 자신의 마음과 함께 존재하게 된다. 그래서 내어준 만큼의 마음을 다시 받는다면 여전히 가슴을 따뜻하게 채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어준 만큼 받지 못한다면 그만큼 가슴속은 비게 된다. 비는 만큼 공허함과 우울과 슬픔이 찾아와 마음이 있어야 할 자리를 서서히 메우기 시작한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상대방으로부터 언젠가 마음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되돌려 다시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일지 모른다. 물론 언젠가 마음을 받게 된다면 쌓였던 우울과 슬픔 역시 치유될 수 있겠지만, 기약이 없음에도 마음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막연히 기대하며 가슴속을 계속 비워 놓는다면, 돌아올 자리를 채워갈 우울과 슬픔을 갈수록 감당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렇게나 커다란 마음을 주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다시 가져오는 건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상처받은 이들이 조금씩, 하지만 분명히 가슴속 빈자리를 다시 자신의 마음으로 채워나갔으면 좋겠다. 그 마음이 결과론적으로 무의미했다 폄하하기 때문이 아니다. 커다랬던 마음만큼 상처 역시 커다랗기 때문에, 절실한 위로가 필요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이 떠나면 새로이 또 다른 존재에게 마음을 전달하든,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간직하든, 진정한 마음의 주인이 되길 기대한다. 주제넘지만 언젠가 다시 봄이 오면 더 단단해진 마음을 온전히 느끼며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할 날이 분명 찾아올 것이다. 그날을 맞이할 모든 이들에게 먼발치에서나마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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