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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Apr 27. 2022

연애와 용기

연애를 할 때 간직해야 할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연애 역시 궁극적으로 타인이 아닌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행위라는 점이다. 간혹 자신을 얼마간 희생하여 연인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에도, 결국 그러한 희생조차 자신의 행복을 위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때때로 감정이 자신의 뜻대로 잘 조절되지 않고 이성이 마비될 적에, 사람들은 종종 이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


연애의 본질은 타인과의 감정의 교류다. 또한 사람에 따라 범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그 교류의 깊이가 깊어지면 결국 서로의 감정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시기가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그렇게 자신을 침범한 감정, 자신이 침범한 감정을 모나지 않게, 서로가 불편하지 않게 다듬어 가는 과정이 곧 연애의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다듬으며 생기는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아 통증이 가라앉지 않을 때, 사람들은 수많은 고민과 함께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이게 된다.


그러므로 통증이 인체의 건강을 지키는 신호라는 관점에서, 결국 상대방의 침범으로부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얼마나 잘 지켜나갈 수 있는지가 곧 건강한 연애의 척도가 된다. 비록 답을 내릴 수 있는 기준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스스로 나름의 기준을 세워볼 필요는 있다. 연애의 감정이란 때로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손 대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게, 무서우리만큼 차갑게 식으며 통제를 잃기 때문이다. 흘러가는 대로 몸과 마음을 맡기고 방치하는 것은, 통증이 언젠가 자연스럽게 멈추리라 믿는 어리석은 행위에 불과하다.


언제부턴가 몸과 마음이 지나치게 고통받는다 느껴질 때면, 이 연애가 누구를 위한 행위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별이란 너무 쉽게 여기는 것도, 반대로 너무 어렵게 여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법이다. 또한 만남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느껴질 때쯤이면 생각과 마음의 추 역시 이미 극단적으로 기울어져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무겁게 기울어버린 추를 힘겹게 붙잡고 있는 건 그저 미련한 미련일지도 모른다.


결국 연애라는 행위에는 시작할 수 있는 용기뿐 아니라 끝을 낼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 용기란, 다름 아닌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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