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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y 09. 2022

연애와 결혼과 계약

쌍방의 사랑의 감정이 확인되어 서로와   특별한 관계를 맺게  ,  관계를 대개 연인관계라 칭한다. 그런데 연인관계란 그렇게 특별한 관계이니만큼,  시작과 유지, 끝에 대한 해답에 접근하기란 제법 어렵다.


그렇다면 연인관계를 일종의 계약관계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면 좀 더 쉬운 접근이 이뤄지지는 않을까? 예컨대 대부분의 연인관계는 '상대방 외의 다른 연인은 만들지 않기'를 첫 번째 조항으로 두는 계약이라는 얘기다.


이런 관점이 바람직하든 아니든, 어쨌든 연인 관계의 유지를 위해 통용되는 나름의 계약조항은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그 조항이 지켜되지 못한다고 여겨질 때 계약은 틀어지고, 관계는 흔들리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 관점을 이해한다 해도, 당사자들의 서명이 동시에 기재된 계약서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그래서 구체적 계약조건은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귀찮게도, 그들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자주 오고 간다.


"나는 연인 사이에 하루 종일 연락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지켜졌으면 좋겠어."


이는 실상 관계의 유지에 필요한 새로운 계약조항을 제안하는 것과 같다. 이때 쌍방의 생각이 일치한다면 별다른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일치하지 않는다면 선택은 두 가지다.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여 자신이 제안했던 조건을 취소하여 계약을 이어나가거나, 그대로 계약을 종료하거나.


결국 연인관계의 발전은 새로운 조항들에 대한 서로의 의견교환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별이란 그 조항이 잘 지켜지지 않거나 새로운 조항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혼이란 더 공고한 계약을 원할 때 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쌍방의 합의와 같다. 결국 연인관계의 끝이 어떻든, 그것은 계약의 유지 여부를 통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결혼 역시 큰 틀에서는 연인관계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말하면 너무 급진적인 주장이 될까? 물론 그렇게 주장하기 위해서는 결혼은 조항이 훨씬 더 많이 딸려 있고, 그 조항의 실현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훨씬 더 많이 고려되며, 파기하기는 훨씬 더 어려운 계약이라는 사실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행복한 연애와 결혼에 필요한 물건은 동일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필요조건이 충분히 충족되어 있으면서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계약서이다. 그 계약서의 작성은 자신과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조항이 무엇인지, 그 조항들이 양립 가능한지, 조항들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소통과 이해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관계 속에서 부정적 감정을 지나치게 자주 느끼고 있다면, 계약서의 조항이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성되어 있지는 않은지, 나아가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계약을 파기할 필요는 없는지 한 번쯤 따져봐야 할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가끔 자신의 이성을 마비시켜 엉뚱한 계약서에 서명을 하게도 만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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