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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n 02. 2022

불현듯, 외로움

불현듯 찾아오는 날이 있다. 힘든 일과를 마치고 정류장에서 내려 터덜터덜 걸으며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외로움이 마음속 깊이 사무치는 그런 날이 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닐 때, 그래서 외로움의 근원지를 찾을 수 없을 때, 그럴 때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외로워진다. 잠깐 망설이다가 오랜만에 친구에게 건 전화의 기약없는 신호음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들어 다음날 해가 떠오르면 아마도 잊힐 감정이다. 그런데 이 좋지도 않은 감정이 뭐가 아쉬운지, 외로움에 맘껏 젖어들고 싶을 때가 있다.


어쩌면, 감정이란 좋고 나쁨을 구분할 수 없을지 모른다. 굳이 슬픈 영화를 찾아보며 슬픔을 느끼고 싶은 날이 있듯, 깊숙이 느껴지는 감정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남겨놓고도 싶은 것이다.


불현듯 찾아오는 외로움이 있다. 떨치고 싶지만 쉽게 떨치고 싶지는 않은, 누군가 알아주기 전까지 혼자서는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그래서 기약 없이 마냥 간직하고도 싶은, 그런 아련한 감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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