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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n 06. 2022

마지막 바람

* 이 글은 허구입니다.


 마지막 , 나를  생각해달라고 불만을 토로했을 , 씁쓸하게 웃으며 너는 말했지.


“전에는 지금만 같으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었잖아.”


그 말이 한겨울 차디찬 가로등 불빛 아래 나를 남겨두고 돌아서던 너의 뒷모습만큼이나 잊히지 않는다.


우리는 밤바다에 놀러 가 단둘이 불꽃놀이를 하곤 했지. 초라하고 시시한 불꽃이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밤하늘을 수놓던 커다란 불꽃들을 보고, 나는 우리의 불꽃놀이로는 이제 성에 차지 않을 것 같다며 웃었지. 그때 바라본 너의 미묘한 웃음이 이제는 기억나.


이번에도 그랬나 봐. 바보 같이 너의 커다란 마음에도 어느샌가 성에 차지 않게 되었나 봐.


그렇게 조그맣던 바람이 언제 이렇게 커져버린 걸까? 너를 보내고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생각했어.


자연스레 바라게 되는 거라 여겼나 봐. 바래도 되는 거라 여겼나 봐. 그래서 네가 못내 야속해졌나 봐.


이제는 알아. 바랄 수 있지만, 한없이 바랄 수는 없다는 걸. 바라는 만큼 외로워진다는 걸. 언젠가는 만족을 찾아야 했다는 걸.


너무 늦었지만 돌아가고 싶어. 쉬이 성에 차지 않게 된 마음을 버리고, 너의 조그마한 웃음에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던, 돌아갈 수 없는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어.


이 편지는 내게 실망했을 너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썼어. 그리고 고마웠어. 네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조그맣지만 예쁜 불꽃만으로 충분히 행복을 느낄 좋은 사람 만나길 바라.


더 이상 바라지 않기로 결심해놓고 이렇게 또 바라는 날 용서해.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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