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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n 04. 2022

위치를 알 수 없는 엘리베이터

언젠가 방문했던  커다란 건물에서 현재의 층수가 표시되지 않는 엘리베이터를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어디서부터 오는지, 도착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수가 없는 엘리베이터인 것이다.


성질이 급한 나는 버튼을 누르고 나면 엘리베이터가 언제 올까 디지털로 표시된 현재 층수가 바뀌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걸 볼 수가 없으니 답답했다.


그날 하루 그 건물에서 일을 보며 별생각 없이 오르내렸는데, 나중에는 평소와 달리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않고 그저 사색에 잠겨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언젠가 오겠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층수를 몰라 애초에 예상할 수 없었고, 그래서 언제 오는지 신경 쓰이지가 않아 오히려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참신한 변화였다.


때로는 알려진 정보에 무의미하게 얽매일 때가 있다. 결과를 바꾸지도 못하는데 계속 신경쓰는 경우가 있다. 모르는 게 약일 때가 있는 것이다.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고 해서 꼭 좋은 건 아닌 모양이다. 정보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정보에 지배된다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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