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방문했던 한 커다란 건물에서 현재의 층수가 표시되지 않는 엘리베이터를 본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어디서부터 오는지, 도착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는 엘리베이터인 것이다.
성질이 급한 나는 버튼을 누르고 나면 엘리베이터가 언제 올까 디지털로 표시된 현재 층수가 바뀌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걸 볼 수가 없으니 답답했다.
그날 하루 그 건물에서 일을 보며 별생각 없이 오르내렸는데, 나중에는 평소와 달리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않고 그저 사색에 잠겨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언젠가 오겠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층수를 몰라 애초에 예상할 수 없었고, 그래서 언제 오는지 신경 쓰이지가 않아 오히려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참신한 변화였다.
때로는 알려진 정보에 무의미하게 얽매일 때가 있다. 결과를 바꾸지도 못하는데 계속 신경쓰는 경우가 있다. 모르는 게 약일 때가 있는 것이다.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고 해서 꼭 좋은 건 아닌 모양이다. 정보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정보에 지배된다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