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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n 22. 2022

어떤 상처

 무엇으로 인해 다치고 아파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몸의 상처와 달리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래서 언제 아물 것인지, 아물기는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물었는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도 있다.


어떤 마음의 상처는 그 어떤 신체의 상처보다 크고 깊다. 그럼에도 눈에 보이지는 않기에, 상대적인 상처의 크기와 깊이는 그저 통증으로 증명된다. 그렇지만 그 증명은 때로 자신을 비참하게도 만든다.


마음의 상처가 있다. 언제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분명 심장을 할퀴고 간 쓰라린 상처가 있다.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럼에도 떨리듯 분명히 전해져 오는, 결코 완전히 감춰지지 않는 상처가 있다.


아물지는 않고 익숙해져만 가는, 조용히 숨어 있다가도 잊을만하면 흘러나와 가슴을 적시는 상처가 있다.


신경 쓰면 나아질까 헛된 기대를 품다가, 혹여 건드렸다 덧날까 두려워 손도 못 대고 애써 간직하고 마는 상처가 있다.


상처보다,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더 아프게 다가오는, 영원히 가슴속에 머무는 그런 상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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