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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l 04. 2022

어떻게도 되돌리기 어려운

살다 보면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커다란 틈을 만드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틈은 관계를 바로 갈라놓지는 않더라도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


그 틈이 계속 눈에 띌 때, 메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당장 메울 수는 없더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메워지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한다. 또는 이것저것 깊이 생각지 않고 그저 괜찮겠지 되뇌보기도 한다. 변화란 언제나 미지수를 동반하기에, 많은 이들이 관계의 단절보다 유지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틈은 어떻게도 관계를 이전처럼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새로운 마음으로 이어나가든, 굳게 마음먹고 끊어버리든, 결국 관계의 변곡점에 다다르게 만든다.


그렇게 메꾸기 어려운 틈을 남기는 사건은, 지나가는 일보다는 머무는 일에 더 가깝다. 자꾸 눈에 밟히는 게 있다면, 그것은 아무리 사소해 보일지라도 결코 사소한 것일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작아 보이는 틈도 결코 작은 틈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그 어떤 노력도 부질없는, 어떻게도 완전하게는 되돌릴 수 없는 관계가 분명 있다. 그 사실이 당장 아프게 느껴진다 해도, 굳이 관계를 이어 붙이려 애쓰는 데서 다가올 아픔은 그보다 더 클 수 있다.


어쩌면 그 틈이 의미하는 건 멀어진 관계가 아니라, 애초에 가까이할 수 없었던 관계를 의미하는 건 아닐까?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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