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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l 12. 2022

정리되지 않는 마음

정리는 대개 쓸모없어진 것을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마음먹고 손을 대면 버리기 쉬운 옷이나 책 따위의 물건의 정리는 가시적인 성과가 비교적 쉽게 드러난다. 아무리 많은 물건도 하나하나 버리며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마음의 정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가끔 답답하고 괴로워 정리가 필요하다 느껴질 때면 쓸모없어진 마음을 떠올려 본다.


하지만 버리려 해도 도무지 버려지지 않는 마음 때문에, 마음먹은 대로 정리하지 못해 아파올 때가 있다. 마음은 물건과 달리 쉽게 정리되지만은 않는 것이다.


이제는 쓸모없어졌지만 한때는 무엇보다 소중했던,

이제는 깊이 자리잡아 떼어내면 상처로만 남을듯한,


언젠가 다시 떠올라 괴로울 걸 알면서도,

아직은 버릴 때가 아니라고 미련을 갖는,


몇 번이고 내려놓았다 지난 추억에 다시 집어 드는,

몇 번이고 다짐하고도 끝내 집착처럼 다시 끌어안는,


그렇게 때늦게 머물러 있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정리되지 않는 마음은, 버리고도 간직하고도 싶은 양가적인 마음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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