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선택이 될지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생각보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이별을 택하고도 혹시 되돌릴 수는 없는지, 재회의 가능성은 없는지 후회와 함께 돌이켜 보곤 하는 모양이다. 물론 그런 이들에게 있어 이별이 섣부른 판단이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별을 택했을 당시에는 그것을 섣부른 판단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충동적으로 택했든, 신중한 고민 끝에 택했든, 적어도 그 순간에 있어서는 최선의 판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판단을 까닭 없이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생각보다 많은 경우 이 당연한 사실이 후회와 함께 간과되기도 한다.
누구나 좋은 선택을 하고도 그게 정말로 좋은 선택이었는지 돌이켜 볼 때가 있다. 가지 않은 길이 어떤 길이었을지 알 수 없어, 혹시 그게 더 좋은 길은 아니었을까 떠올려 보는 것이다.
하물며 이별이라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한 뒤에는 오죽할까? 이런 관점에서, 후회의 순간이 찾아오는 건 자연스럽다. 다만 그 후회가 꼭 자신이 옳지 않은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후회가 계속될 때에는 후회의 이유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단지 괴롭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 이유는 타당하지 않다.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별은 평균적 차원에서 당연히 괴롭다. 그 당연한 사실이 이유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누군가 말했다. 이혼은 좋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 위해 하는 거라고. 나는 큰 틀에서 이별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때로 갈림길은 좋은 길과 나쁜 길이 아니라 덜 나쁜 길과 나쁜 길로 나뉘기도 한다. 그럴 때 현명하게 덜 나쁜 길을 선택한 이들이, 다시 나쁜 길로 돌아서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