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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l 14. 2022

여유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일단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점은, 결국 무엇을 하든 언젠가는 지치게 된다는 사실이다. 공부나 일에 지치는 것은 물론, 취미생활을 즐기다가도 지친다. 하다못해 지나치게 오랜 휴식 안에서도 몸과 별개로 마음은 지칠  있다. 모든 일이 이와 같기에, 자신이 방전되지 않는 건전지처럼  활기차길 기대하는  낙관을 넘어선 억지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잠시 유튜브를 보거나, 퇴근길의 북적대는 인파 속에서 음악을 듣는 정도만으로 쉽게 충전이 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자신에게 필요한 건 뛰는 게 아니라 걷는 것, 걷는 게 아니라 쉬는 것일지 모른다. 충전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지친 상황에 내몰려 있지 않은지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어떤 환경에서든 충분한 여유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는 이들은 도저히 여유가 없다고, 과업들에 매진하다 보면 언젠가는 여유가 찾아올 거라고 기대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바쁘든, 그 기대가 이뤄지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왜냐면 인생에 해야 할 일이 없는 순간이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 일이 있다는 이유로 여유를 등한시하는 이에게, 일이 끝나고 찾아오는 건 여유가 아니라 또 다른 할 일인 것이다.


하던 일을 무작정 멈춰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렇게 바쁜 가운데에서도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여유를 만드는 데에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 여유가 당장은 과업의 해결을 미루게 만드는 것처럼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더 효율적인 해결을 도울 수 있다.


여유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여유는 능동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여유를 잃어버렸다는 건, 언젠가는 그 여유를 통해 돌보야 할 자신조차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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