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결국 무엇을 하든 언젠가는 지치게 된다는 사실이다. 공부나 일에 지치는 것은 물론, 취미생활을 즐기다가도 지친다. 하다못해 지나치게 오랜 휴식 안에서도 몸과 별개로 마음은 지칠 수 있다. 모든 일이 이와 같기에, 자신이 방전되지 않는 건전지처럼 늘 활기차길 기대하는 건 낙관을 넘어선 억지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잠시 유튜브를 보거나, 퇴근길의 북적대는 인파 속에서 음악을 듣는 정도만으로 쉽게 충전이 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자신에게 필요한 건 뛰는 게 아니라 걷는 것, 걷는 게 아니라 쉬는 것일지 모른다. 충전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지친 상황에 내몰려 있지 않은지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어떤 환경에서든 충분한 여유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는 이들은 도저히 여유가 없다고, 과업들에 매진하다 보면 언젠가는 여유가 찾아올 거라고 기대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바쁘든, 그 기대가 이뤄지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왜냐면 인생에 해야 할 일이 없는 순간이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 일이 있다는 이유로 여유를 등한시하는 이에게, 일이 끝나고 찾아오는 건 여유가 아니라 또 다른 할 일인 것이다.
하던 일을 무작정 멈춰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렇게 바쁜 가운데에서도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여유를 만드는 데에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 여유가 당장은 과업의 해결을 미루게 만드는 것처럼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더 효율적인 해결을 도울 수 있다.
여유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여유는 능동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여유를 잃어버렸다는 건, 언젠가는 그 여유를 통해 돌보야 할 자신조차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