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관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관계는 과정보다는 결과 중심적인 것 같다. 생각의 과정보다는 궁극적으로 어떤 행동이 결과로 표출되는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뚜렷한 목적이 있는 행동이든 그냥 내켜서 저지른 행동이든, 사람이 그리워 만났든 순간을 즐기기 위해 만났든, 다른 길을 걸어왔어도 어쨌든 그 끝에서 만난다면 그 순간 이전까지의 길은 큰 의미가 없다. 번지르르한 말 끝에 결국 요청을 거절한 친구보다, 구시렁거리면서도 자신을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준 친구에게 더 호감이 생기듯.
반면 똑같은 길을 걷다가도 마지막에 갈라지면 쉽게 어울릴 수는 없는 법이다. 비슷한 사고 구조를 가졌어도 선택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고, 이는 결국 함께 하지 못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자신과 생각의 과정이 비슷하다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치 않다. 최종적인 선택에 따른 결과가 비슷해야 한다.
그래서 아무리 자신과 비슷한 결을 가졌어도 선택이 다르면 큰 차이로 다가오고, 상반된 성향을 가졌어도 선택이 같다면 포용할 수 있는 구간은 넓어진다.
결국 어떻게든 접점에서 만났다면, 결과적으로 같은 선택을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관계가 아닐까? 지나치리만큼 단순하지만 일리 있는 추정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