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상황에 처한 자신에게 깃든 부정적인 감정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타인들로부터 이해받을 수 있을까 우려될 때가 있다. 혹시 나만 속 좁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닌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급기야 [이 감정을 느끼는 게 맞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적절하지 않다. 왜냐면 감정이란 만들어내는 것보다 가슴속으로부터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에 훨씬 가까워,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는 옳고 그름의 잣대를 적용할 수 없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감정이 느껴질 때 필요한 생각은 [이 감정을 느끼는 게 맞을까]가 아니라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거나 해소해야 할까]가 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느낀 뒤에는 일단 감정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감정이 도대체 어떤 감정인지 정확하게 모를 때가 생각보다 많다. 무엇이든, 모르는 것은 다룰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감정을 인정하고 바람직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먼저 느껴지는 감정의 정체를 알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때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나는 지금 기분이 좋지 않아.’
→ ‘나는 지금 불안함을 느끼고 있어.’
‘네가 그렇게 말하면 싫어.’
→ ‘네가 그렇게 말하면 자존심이 상해.’
이렇게 잘 곱씹어 감정에 이름을 붙여 보면,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그 감정이 명료하게 다가올 수 있다. 보편인 감정들은 그 이름만 들어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 훨씬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이런 감정을 느꼈으며, 이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은 무엇이며,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하는 게 더 좋을까? 별 거 아닌듯한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가, 감정을 다루는 데에 분명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