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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Nov 02. 2022

익숙해진다는 것

간단히 끼니를 채울까 하여 편의점에 들어갔더니 봉지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는 기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얼마 전 한강점에서 봤던 것 같은데 이제는 도심으로도 진출했구나. 세상은 갈수록 인간의 삶에 맞춰 변해간다.


그 옛날 핸드폰이 나오기도 전 공중전화기에서 줄을 서던 시절, 밖에서도 얼마든지 통화를 할 수 있는 세상이 오리라는 상상은 연인들에게 얼마나 달콤하게 들렸을까. 또한 그 핸드폰이 스마트폰으로 발전하여 TV도 볼 수 있고, 인터넷도 할 수 있게 되리라는 사실이 이제는 얼마나 당연한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변해온 세상 덕분에 얼마큼의 행복 내지는 만족감을 느끼며 살게 되었을까. 아쉽게도 변화의 폭만큼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다. 문명의 이기로부터 오는 편리함은 대개 순간에 머물고, 익숙해지고 나면 그 편리함, 그리고 그로부터 전해지던 많은 긍정적인 감정들은 점차 당연해진다.


그러다가 이전의 환경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이를테면 하루라도 스마트폰이 없다면 불편함과 불안감까지 느끼기도 한다. 변화한 것들이 당연해졌기 때문이다. 20년 전에 태어났어도 그랬을까? 그럴 리는 없다. 그저 없는 대로 적응하며 살았을 것이 틀림없다.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익숙해진다는 건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다. 그 많은 변화들이 당연해지며, 결국 변화로부터 오는 감정들까지 앗아가 버릴 수 있다.


그래서 가끔 익숙해지는 게 몹시 두려워질 때가 있다. 어쩌면 충분히 괜찮은 환경 속에서도 더 좋은 환경을 끊임없이 바라는 건, 단순한 욕심 때문이 아니라 언제든 익숙해지면 무뎌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익숙해지는 순간이 두렵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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