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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Nov 07. 2022

치료와 휴식

얼마 전 이가 아파 치과에 갔다. 사실 통증이 시작된 건 얼마 전이 아니라 훨씬 전이었다. 조금씩, 가끔 아팠던 부위였는데 증상이 심해진 다음에서야 뒤늦게 방문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지난번 치과에 갔을 때도 그랬다. 뒤늦게 들렀기에 의사로부터 더 빨리 왔다면 지금보다는 치료하기 수월했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었고, 다음엔 그러겠노라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시간을 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더 정확하게는 시간을 내야겠다고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다. 열거하기는 어렵지만 뭔가 다른 일들이 있었다.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안 좋았다. 몸서리치게 아픈 신경치료를 받아야 했고, 제법 돈이 많이 드는 시술도 받아야 했다. 치과에 몇 번을 들락날락해야 했고, 나는 또 후회했다. 왜 항상 바보같이 통증이 심해진 다음에야 치과를 오게 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견딜만했기 때문이다. 견딜만해서 견디다가 견디기 어려워져서야 치료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나는 휴식이라는 행위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치료는 안 아플 때, 덜 아플 때 받아야 한다. 견딜만 하다고 해서 견디는 게 꼭 능사는 아니다. 병원에 가야지 가야지 말로만 되뇌다가 아파서 견디기 어려울 때가 되어서야 가면 돈은 돈대로 깨지고 통증은 통증대로 심하다. 마찬가지다. 쉬어야지 쉬어야지 말로만 되뇌다가 힘들어서 견디기 어려울 때가 되어서야 쉬면 이미 몸과 마음은 상할 대로 상했을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누구는 쉬고 싶지 않아서 안 쉬는 거겠냐고. 물론 그럴 수 있다. 결국 먹고살려면 쉴 시간을 줄이며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먹고사는 일 속에 휴식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이런 이들의 계획표에는 할 일은 빼곡히 적혀 있고 사이사이의 휴식은 적혀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는 곤란하다. 해야 할 일 중에 휴식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상태가 심각해져서야 치과에 가면 의사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통증이 엄청 심했을 텐데, 여태까지 안 오고 뭐하셨어요?"


이 말은 이렇게 바꿀 수 있다.


"이렇게나 지쳐 있는데, 여태까지 안 쉬고 뭐하셨어요?


시간이 나면 그때 가서 쉬어야지, 하며 수동적인 태도를 가지고는 쉴 시간을 내기 어렵다. 능동적으로 쉬어야 한다. 때로는 다른 일들을 제쳐 두고라도 쉬어야 한다. 단지 그런 뜻이다. 이 단순한 의미 안에 휴식의 중요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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