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로 들어서니 "휴, 살 것 같다."고 읊조리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아이가 있었다. 아마도 참아왔던 큰 일을 치른 모양이었다. 아이는 룰루랄라 손을 씻더니 가벼운 몸놀림으로 화장실 문을 나섰다.
살다 보면 과장 좀 보태 죽을 것 같은 일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처음 겪는 죽을 것 같은 일은 바로 화장실을 찾지 못해 생리현상을 참는 일이 아닐까?
그런 고난을 극복하면서 결국 살 것 같다는 기분이 무엇인지도 느끼게 된다는 점은 참 재미있다. 어쩌면 그 아이는 방금 막 인생의 큰 산을 하나 넘은 것일지도 모른다. 팬티와 바지를 입은 채로 똥을 싼다는 게 예삿일은 아니니까.
이름 모를 아이야, 고백하자면, 사실 아저씨도 죽을 것 같은 일을 겪고 있던 참이었어. 아까 거기서 귀찮아 하지 말고 화장실을 갔어야 했는데. 역시 인생에 배움이란 끝이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