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DS

물질안전보건자료라는 단어가 있다. 특히 화학 계통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자주 접하는 단어일 거다. 영어로는 Material Safety Data Sheets, 약자로 MSDS로 불린다. 단어로만 보면 물질안전자료인데 보건에 관한 내용도 들어가 있다. 말 그대로 특정한 물질의 안전보건에 관한 자료이다.

여기에는 해당 물질의 취급 시의 주의사항, 불이 붙는 온도, 먹거나 피부에 묻었을 때 해가 되는지 여부 등이 적혀 있다. 이 물질이 어떤 물질인지, 어떤 위험성과 유해성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라는 목적에서다.

혹시 인간안전보건자료(Human Safety Data Sheets, HSDS) 같은 건 어디 없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마 거기에는 비슷하게 대화 시의 주의사항, 화를 내는 온도, 가까이 지낼 때 해가 되는지 여부 같은 것들이 적혀 있을 거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위험성과 유해성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가 있다.

타인의 HSDS를 보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자신의 HSDS를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을 때도 있을 거다. 누군가는 처음 만난 이에게 일단 HSDS부터 읽어 보라고 내밀 수도 있다. 그런 행위는 알아서 조심하라는 의미도, 알아서 거리를 두라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때로는 이기적인, 때로는 이타적인 행위로 비칠 수 있다.

멀어지고 싶지 않은 이에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난감할 때, 누군가 나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할 때, 나는 HSDS를 갈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