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예외를 허용한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전설의 동물 용에게는 역린이 있어 그곳을 건드리면 길길이 날뛰며 분노한다고 한다. 그리고 역린이라는 단어는 현대에 이르러, 각자에게 극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주제나 행동 따위를 일컫게 되었다.

뜬금없이 역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나에게 제법 까다롭고 별스러운 역린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하는 일에 대해 걱정하며 내게 안부를 묻는 행위다.

더 정확하게는, 당사자인 나도 걱정하지 않는 일을 타인이 걱정할 때 나는 일종의 불쾌감을 느끼곤 한다.(나도 내가 유별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나는 웬만큼 큰일이 아니면 걱정이라고는 하지도, 떠올리지도 않으며 사는 사람이라서 실질적으로 나를 걱정해주는 대부분의 경우가 해당된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어서, 나도 이런 내가 유별나다는 것을 안다. 걱정해주는 행위를 불편하게 여기는 것뿐, 그런 행위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걱정해주는 이들에게 내 마음을 알아채 주길 바라고 건성건성으로 대답하며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언급하고 싶지 않은 주제라는 걸 어필하는 궁색한 방법이지만, 다행히 나름대로 효과를 거둔 적이 많았다.

결국 내게 그런 걸 묻지 않는 성향을 가진 이들을 가까이 드게 된다. 그게 편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외는 있다. 사랑하는 이가 나를 걱정해 줄 때, 그것을 별로 불편하게 느끼지는 않는다. 그 행위에 마음 깊이 공감하지는 않아도, 고맙게 느끼고 마음을 표현한다.

이런 모습을 변덕스럽다고 한다면 반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오히려 이게 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다고는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대상은 근본적으로 서로에게 일정 수준의 이해를 요구하게 되어 있다. 때로 그 수준은 평소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을 건드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말 사랑하는 존재에 대해서라면, 그때 드는 생각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용납할 수 있을까에 가깝다. 모든 걸 견딜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견딜 수 있을지 좀 더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는 의미다.

그리하여 사랑은 예외를 허용한다. 역으로, 예외를 허용하는 익숙지 않은 모습으로부터 우리는 사랑의 존재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