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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02. 2023

친구와 어른

학창 시절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던 장면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철없지만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우정을 간직했던 시절.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제는 어른이 된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옛날의 모습들은 다 어디로 가고 현실에 찌들어 나이 들어버린 친구들. 재회의 끝에 씁쓸함만 남기고 돌아서며 한숨과 함께 클로즈업되는 주인공의 뒷모습.


분명 나이를 먹으며 성숙해지는 경우가 더 많으련만, 왠지 우정을 주제로 하는 많은 작품의 클리셰 속에서 어른이 되며 변한 모습은 학창 시절의 모습보다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물론 갈등이라는 요소의 필요성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려지는 부분도 크겠지만, 가상의 작품 속에서만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이전과는 달리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경우를 자주 접하는 것 역시 부정하기는 어렵다.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 생각에 가장 큰 이유는 그저 그 시절 친구와의 물리적 거리가 더 가까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친구와 함께 학교를 다니며 보냈던 시간과 어른이 되고 나서 함께 보내는 시간을 비교하면 당연히 전자가 훨씬 더 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게 되고,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당연히 서로의 모습은 변했으며, 그 간극이 갈수록 커져간다고 느껴지며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어른이 되며 서로의 모습이 부정적으로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자주 보지 않게 되었기에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당연하고 평범한 사실이지만, 가깝게 지냈던 만큼 그 안에서 우리가 느끼는 씁쓸함이 크기에 뭔가 극적인 다른 이유를 대는 것뿐이다.


역으로, 어른이 되고 나서도 자주 연락하고 안부를 주고받으며 만나는 친구들은 여전히 가까이 남는다. 하지만 여러 가지 어른의 사정에 의해 그러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에, 추억보정의 힘까지 더해져 멀어진 친구들에 대한 감정은 더욱 커진다.


정말로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 때문에 거리를 두게 된 친구가 얼마나 될까?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그리 많지는 않을 거다. 대부분의 친구는 어른이 되어가며 생기는 변화 때문에 멀어지는 게 아니라, 학교라는 반강제적 모임이 아니었다면 그만큼 가깝게 지내지는 않았을 관계였기 때문에 멀어진다. 단지 이 사실을 어른이 되어 확인하게 되는 것뿐이라 말한다면 지나치게 잔인한 이야기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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