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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12. 2023

누군가에게 의지가 될 때

이전 같았으면 주말에 느지막이 일어나 천천히 하루를 시작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아기가 울며, 혹은 웃으며 이른 아침부터 우리 부부를 깨우기 때문이다. 일어나 기저귀를 갈고, 놀아 주다가 아침을 먹이며 일과가 시작된다.


함께 사는 고양이가 뭔가를 이야기하려는 듯, 평소와 달리 우는 소리를 내거나 서 있는 나의 다리를 앞발로 긁을 때가 있다.  무슨 일인지 살펴보면 밥그릇이 비어있다. 사료를 채워주면 앞에 앉아 식사를 시작한다. 함께 살고 있는 인간을 보채면 먹을 게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야기를 좀 들어달라는 친구의 하소연에 늦은 밤에도 순순히 시간을 내어주는 까닭은, 단순히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는 요청에 기꺼이 응하여 도움이 되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 스며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이 꼭 커다란 희생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기가 부모를 깨울 때, 고양이가 먹을 것을 바랄 때, 친구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를 원할 때, 그렇게 누군가 자신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에게도 의지가 될 때가 있다. 의지가 되고 싶은 존재에게 마음껏 의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의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런 사실을 표현하고,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사이. 조금은 특별하고도 아름다운 관계가 아닐 수 없다. 그 안에서 결국 서로는 서로에게 의지함과 동시에 의지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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