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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BTI 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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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Feb 24. 2023

MBTI와 디테일의 문제


디테일에 가장 많이 주목하는 유형은 IS_J 유형이다. 이들의 주기능이 디테일한 인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내향감각(Si)이기 때문이다. 감각을 활용해 천천히 관조하는 인식 방법(Si)이 이들로 하여금 디테일한 부분에까지 신경 쓰는 성향을 갖게 한다.


이런 성향은 중요한 물건을 구매할 때나 여행의 계획 따위를 세울 때에도 쉽게 드러난다. 꼼꼼하게 따져보고, 세세하게 살펴본다. 일부러 신경 쓰려하지 않아도 어느샌가 자연스레 디테일에 신경 쓰고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그리하여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챙길 수 있는 반면, 결과적으로 별 쓸모없는 사항에 노력을 기울이게 되기도 한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이들은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통해 안정감을 얻으면서도, 때로는 몸과 마음이 지쳐감을 느낀다. 디테일한 인식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시간과 노력, 집중을 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디테일을 추구하는 모습이 정체성과도 같다면, 디테일을 내려놓아야 하는 시점을 알 수 있는 적절한 판단력을 갖추는 것은 과제와도 같다.


반대로, 디테일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유형은 EN_P 유형이다. Si를 열등기능으로 하는 이들은, 그래서 지나치게 세부적인 접근을 피곤하게 느낀다. 디테일의 필요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으며, 사소해 보이는 것들에 신경 쓸 시간에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 여기곤 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디테일한 인식이 필요할 때는 있는 법이다. 그럴 때마다 이들은 뒷일을 깊게 생각지 않은 채 상황이 흘러가도록 방치하며 현실로부터 도피하거나, 상대적으로 큰 에너지를 소모해가며 열등기능을 자극시켜야 한다. 안타깝게도 열등기능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몇 가지 대응방법들을 통해 디테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수는 있어도, 능숙해지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들에게 있어, 디테일은 안중에 없는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잊을만하면 자신을 괴롭히는 요소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부족한 디테일 때문에 낭패를 봤던 경험들이 쌓여 왜 자신은 꼼꼼하지 못 한지, 왜 놓쳤던 것들이 뒤늦게서야 떠오르는지 한숨을 내쉬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한숨조차 사소하게 치부하고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겠지만, 본질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만큼 잊을만하면 눈에 밟히는 디테일의 문제를 피할 수는 없다. 이는 EN_P 유형의 숙명과도 같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SI를 주기능으로 하든 열등기능으로 하든, 사소하면서 사소하지 않은 디테일의 문제는 항상 주변을 맴돈다. 이쯤에서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좀 돌려보면 어떨까? 오히려 Si를 부기능으로 하는, ES_J 유형이 디테일한 요소들에 지나치게 집착하지도, 외면하지도 않은 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들은 분명 디테일을 신경 쓰지만, 거기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판단을 내린 뒤 다음 단계로 더 쉽게 나아갈 수 있다. Si를 가장 선호하는 유형은 IS_J일지 몰라도, 엄밀한 의미에서 가장 잘 활용하는 유형은 ES_J일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디테일의 문제로부터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유형은 Si를 주기능으로 하는 IS_J도, Si를 열등기능으로 하는 EN_P도 아니고 Si를 부기능으로 하는 ES_J가 아닐까? 어쩌면 디테일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각 유형의 강점과 약점을 주기능과 열등기능, 그리고 부기능의 이해를 통해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일련의 추측이 답에 가까운지 여부와는 별개로, 조금은 흥미롭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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