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 Apr 25. 2023

대리만족

요즘 TV를 틀면 여행프로그램을 굉장히 자주 접할 수 있다. 연예인들끼리 여행을 가기도 하고, 여행유튜버를 섭외해 테마를 가지고 여행을 가게끔 하기도 한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로 여행을 오기도 하고, 꼭 거창하게 여행을 오가지 않더라도 외국에 거주하는 이들로 하여금 여행코스를 짜게 만들기도 하며 그곳으로 여행을 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은 이를 통해 부러움을 느끼기도,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대리만족이란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 내지는 감정이다. 어쨌든 스스로가 욕구를 충족한 것도 아니고, 오감을 통해 직접 뭔가를 경험한 것도 아니다. TV화면으로 나타나는 화려한 풍경이나 맛있어 보이는 먹거리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쉽게 공허해진다. 근본적으로 대리만족은 결코 만족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은 그 공허한 감정을 갈구할 때가 있는 모양이다.


왜일까?


그 안에는, 공허한 감정의 너머에는,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는 것들이, 최소한 그와 비슷한 것들이 언젠가 미래에는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내지는 소망이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언젠가는 비슷한 경험을 통해 비슷한 감정을 직접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바람이 대리만족 안에 담겨 있는 것이다. 공허함과 아쉬움을 통해 다시 꿈을 되새겨보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대리만족이란 그저 희망의 다른 형태, 다른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월감과 열등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