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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y 10. 2023

판단형(J)과 인식형(P) 구분의 본질

J와 P의 구분이 어려운 이들에게 있어 아마도 그 이유는, 검사에 사용되는 질문이 본질이 아닌 전형적 양상만을 묻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령, '일을 미루는 편인가요?' 라는 질문에는 어떤 양상이 나타나는지를 통해 유형을 구분하겠다는 목적이 숨어있다. 물론 대체로 구분할 수 있는 질문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J는 일을 잘 미루지 않고, P는 일을 잘 미룬다는 '양상'만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데에 허점이 있다. 실상은 잘 미루는 J도, 잘 미루지 않는 P도 있으며, 똑같이 미룬다 해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분명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허점이 있는 질문이 사용되는 데에는, 이러한 질문이 한 개가 아니기 때문에 질문에 대한 결과의 집합으로 고려해 보면 구분이 용이하다는 이유가 클 것이고, 또한 질문이 단순하지 않으면 답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복잡한 질문들로만 테스트가 구성되어 있다면, 결과를 받아 들기 전에 창을 꺼버리는 사람들이 속출할 테니까.


결국 J와 P 구분의 본질은 일을 잘 미루는지로 표현되는 양상이 아니라, 미뤘다면 어떤 과정을 통해 미뤘는지를 이해하는 데에 있다.



J와 P가 청소를 미루고 유튜브를 보고 있다고 하자. 이들에게서 관찰되는 양상은 같겠지만, 미루게 되는 과정은 좀 다르다.


J : ‘지금부터 유튜브를 보면서 쉬고, 두 시간 뒤에 청소해야겠다.’

P : ‘일단 쉬자. (핸드폰을 켜며)그래, 유튜브나 봐야겠다.’


J는 미루고 2시간 뒤에 청소를 하겠다는 판단(J), 그다음 유튜브를 보겠다는 판단(J)을 내린다.


하지만 P는 청소를 언제 할지에 대한 판단을 미루고 일단 쉰다. 그리고 별다른 판단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냥 유튜브를 보기로 한다.


그리고 한 시간 뒤 화장실에 가다가 우연히 청소기를 보게 된다.


J : '몇 시지? 청소할 시간이 됐나? 아, 이제는 한 시간 뒤에 청소하면 되겠네.'

P : '그러고 보니 청소해야 하는데? 딱히 할 것도 없는데 그냥 지금 시작해야겠다.'


P는 이제야 청소를 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J는 최초의 판단대로 1시간 뒤에 청소를 하기로 한다.


분명 J가 더 빠른 판단을 내렸지만, P가 더 빨리 청소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보던 제삼자는 청소를 더 빨리 시작한 P를 J로, 아직 유튜브를 보고 있는 J를 P로 착각할지도 모른다.


관찰되는 양상만으로는 J가 P보다 청소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J는 미루겠다는 판단을 빨리 내린 것이고, P는 판단을 내리지 않고 일단 미뤘다가 뒤늦게야 청소를 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J는 판단을 빨리 내리려 하고, P는 판단을 미루려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이다.


위 예시는 양상보다 양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즉 본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이처럼, J와 P 구분의 본질은 서로 다른 양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이해하는 데 있다. 그리고 이는 사실 모든 선호지표 구분의 본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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