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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y 11. 2023

떠오르는 대로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집중이 잘 되어 매끄럽게 글이 써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딱히 방해받는 느낌도 들지 않고,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많은 텍스트가 자연스럽게 배치된다.


반면 이 생각 저 생각이 이리저리 떠돌며 머릿속을 부유해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가 있다. 단락을 하나 완성시켜 볼라 치면 관련 없는 생각이 필요 없는 단어를 불러와 이내 뒤죽박죽이 된다.


그럴 때에는 잡생각들에 방해를 받으며 평소보다 높은 집중력을 쥐어짜 내가며 어렵게 어렵게 글을 쓰기보다는, 노트의 다른 면을 펼친 뒤 간단한 글을 씀으로써 방해꾼들을 몰아내 보는 건 어떨까?


수납함에 장난감, 단추, 볼펜, 색종이, 건전지 등 여러 가지 물체가 뒤섞여 있을 때, 필요한 것만 끄집어내 사용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필요치 않은 물체들 사이를 뒤적거리며 하나하나 찾아내고, 골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차라리 눈을 질끈 감고 수납함의 물체를 모두 쏟아버리고 처음부터 정리하듯 접근하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다. 비좁은 수납함 내부를 벗어나 넓은 공간과 시야를 이용해 종류별로 물체를 빠르게 골라내고 분류하는 것이다.  한 번 살짝 고생을 감내해야겠지만, 그렇게 작업을 끝내고 나면 한동안은 정돈된 수납함을 이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로부터 오는 마음의 평안은 덤이다.


비록 한시적으로는 담겨 있는 물체들을 쏟아버림으로써 더 어질러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이 과정을 통해 더 정돈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으로,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마음껏 써보면 좋다. 자질구레한 생각들을 쏟아버리는 느낌으로 휙휙 적어보는 것이다. 그다음에 정돈된 머릿속을 이용하여 처음에 쓰고자 했던 글의 완성에 다시 한번 도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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