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바이킹’이라고 불리는 놀이기구를 탈 때는, 강제성은 없지만 널리 통용되어 지켜야 하는 암묵적인 룰에 대해 알고 있으면 좋다. 그 룰이란, 자신이 탑승하고 있는 장소가 고점에 올라가는 절정의 순간을 맞이할 때면 손을 들고 소리를 지르며 환호해야 한다는 거다. 아마 타 본 사람들은 무슨 이야긴지 다 알 거다. 소극적이거나 혹은 귀찮음을 많이 느끼는 일부를 제외하면, 열에 아홉은 이 암묵적 룰을 잘 따른다. 놀이기구 탑승규칙도 아니고, 누군가 말을 꺼낸 것도 아닌데 하나같이 통일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제법 흥미롭다.
물론 롤러코스터와 같이 손을 들고 타면 더 스릴 있는, 소리를 지르기 좋은 놀이기구를 탈 때에도 비슷한 현상은 일어나지만, 바이킹처럼 이 룰이 잘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롤러코스터는 손을 드는 사람, 소리만 지르는 사람, 가만히 있는 사람 등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이 대목에서 고개가 갸우뚱거려져도 그냥 그러려니 하자. 그래야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렇다 치고, 재밌는 사실은, 놀이공원이 마감할 시간이 거의 다 되어 타는 사람이 얼마 없으면 이 룰이 절로 힘을 잃어간다는 거다. 듬성듬성 탑승한 사람들 간의 연대의식이 약해지고, 자신 있게 내지른 소리가 분명하게 구분될 만큼 주변의 소리도 약해지면, 어느새 놀이기구가 끼익끼익 움직이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조용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룰은 군중심리를 기반으로 하는, 함께가 아닌 혼자서는 지키기 어려운 룰이다.
하지만 다시 사람이 많아지면, ‘나 혼자만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건 아닐까?’ 와 같은 쓸데없는 걱정을 할 필요도 없이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은 암묵적 룰에 따라 다 같이 신이 난다. 그러니까 참 재밌는 현상이 아니냔 말이다. 혼자서는 웬만큼 대범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하지도 못 할 일인데, 군중이 되면 아무렇지 않게 행동할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군중들 사이에서는 손을 들고 환호하지만, 사람이 적어 혼자 타는 느낌이 들 때면 가만히 앉아 바깥 경치와 사람들이나 구경하는 척하곤 한다. 조용한 분위기를 깰 만큼의 용기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암묵적 룰은 어쩌다 만들어지게 된 걸까? 감히 추측해 보자면, 놀이기구의 특성이 만들어 낸 어색함이 그 계기가 되었던 건 아닐까? 이 놀이기구는 사람들이 서로 마주 보고 탄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그래서 시선을 억지로 돌리지 않는 한 맞은편에 위치한 모르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게 되어 있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과 옆자리에 타는 게 낫지, 마주 보고 탄다니!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적막함만 감도는 바이킹에서는 그 어색함이 배가 된다. 꽉 들어찬 배 안의 사람들이 모두 가만히 있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타고 있는 사람도, 대기열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놀이기구의 아르바이트생조차도 그 분위기를 감당하기 어려울 거다.
그래서 그 어색함을 견디느니 미친 척하고 소리를 지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게 된 게 아닐까 하는 거다. 여기서 최초의 실행에는 서로 맞은편에 탄, 소풍을 함께 온 학생들 무리가 큰 역할을 했을 것 같다. 자기들끼리 마주 보며 소리를 지르는 행위가 주변에까지 전파되다가, 이후에는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행해지게 된 것이다. 놀이공원에 놀러 와 평소보다 조금이라도 들떠 있는 상태에서라면, 이 룰이 적용되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 룰은 기왕 놀이기구를 타게 된 것, 이 시간을 서로가 좀 더 재밌게 즐겨보자는 합의에 가깝다. 그리고 실제로 이 룰을 따라보면 정말로 더 신나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낼 수가 있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심지어 조용하고 차분하고 절제력이 있는 사람들에게조차도, 가끔은 과격한 행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는 본능이 숨어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