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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n 28. 2023

심리전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

최근 온라인 포커 게임에 잠시 빠져들어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원래는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나의 실력도 오르겠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아무래도 나처럼 충동적인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게임인 것 같다. 그래도 이를 통해 한 가지 배운 게 있으니, 바로 심리전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게임의 룰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는데, 다행히 알아야 하는 부분은 많지 않다. 이 게임은 강한 패를 가진 이가 승리하여 그 게임에 걸려 있는 칩을 가져가는 게임이고, 이 과정을 반복하여 최종적으로 가장 많은 칩을 가진 이가 우승하는 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도중에, 게임에 걸 칩을 결정하는 베팅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어떤 패가 강한 패인지는 몰라도 된다. 중요한 건 바로 베팅이다.


이를 테면 상대방이 칩 10개를 걸었다고 치자. 상대방을 이길 자신이 있다면 나도 그만큼의 칩을 걸고 승부를 할 수 있다. 그러면 더 많은 칩이 걸리게 되고, 이기면 더 많은 칩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많은 칩을 건다는 건 자신의 패가 그만큼 강하다는 간접적인 증거를 어필하는 셈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가진 패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내가 강한 패를 가졌다 해도 상대방이 나보다 더 강한 패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망설이게 된다. 자신감을 가지고 많은 칩을 걸었는데 상대방이 더 많은 칩을 걸어올 수도 있다. 이럴 때면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베팅에 응하지 않고 포기하면 편해지겠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걸었던 칩들을 전부 상대방에게 내주어야 하기에 많은 생각이 오고 간다. 결국 상대방이 더 많은 칩을 걸면 걸수록 나도 그만큼 많은 칩을 잃을 수 있는 위기에 처하기에 복잡한 심리전을 이겨내야 한다. 상대방은 정말 나보다 더 강한 패를 가지고 있을까? 약한 패를 가진 상태에서 그저 베팅으로 나를 누르려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의 과정들이 게임의 묘미이다.


그런데 여기서 포기하는 것 말고도, 더 이상의 심리전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이 가진 모든 칩을 거는 것이다. 심리전은 얼마나 많은 칩을 걸고 응하느냐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기에, 자신의 칩을 모두 걸어버린다면 이제는 상대방이 이에 응할지 말지의 선택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방법이 꼭 승리를 가져오는 건 아니지만, 승패와는 별개로 적어도 심리전에서는 확실히 발을 뺄 수 있다는 얘기다.


살아가며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심리전에 노출되기도 한다. 직장생활에서든, 연애생활에서든,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드러내야 할지 생각하는 과정들을 거치곤 한다. 커다란 범주에서, 얼마만큼의 칩을 걸고 응해야 할지 생각하는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안에서 여러 가지 선택에 따라 슬픔이나 괴로움을 반복해서 맞이하기도 한다. 때로는 심한 마음고생으로 상처뿐인 승리를 가져가게 되기도 하고, 이미 확정적으로 패배했음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 한 채 어리석은 행동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모두 심리전에 휘말려 들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들이다.


그럴 때면 가끔은 칩을 전부 걸어 올인을 선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테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그대로 공개해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는 건 나의 생각과 마음을 상대방이 받아들일지 선택의 문제만 남을 뿐, 굳이 뭘 더 헤아리고 드러낼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다. 심리전은 끝이 나고, 그저 작은 의미에서 성공이냐 실패냐 그 결과만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이제 당신은 결국 모든 칩을 거둬들이며 승리하거나, 아니면 모든 칩을 잃고 패배할 것이다. 승리했다면 올인을 한 용기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고, 패배했다면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 게임에 대해 더 이상은 심리전으로 인한 마음고생을 할 필요 없이 다음 게임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어차피 그 패배가 영원한 패배를 의미하는 건 아닐 것이기에, 이렇게 깨끗하고 빠르게 털어버리는 게 현명한 방법은 아닐까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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