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이 넘은 아들은 이제 제법 잘 걸어 다니는데, 야외에서 걷다가 계단을 보면 좋아라 달려간다. 그리고 아장아장 한 계단 한 계단 오르기 시작한다. 행여 넘어져 다칠 세라 쫓아가 손을 잡아준다. 다 오르고 나면 이제는 내려올 차례다. 즐거운 듯 웃으며 내려간다. 그리고는 다시 뒤를 돌아 또 계단을 오른다. 말리지 않으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계단을 오를 기세다.
근육의 발달에 도움이 되는 데다가, 아이가 어느덧 더 성장했음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 뿌듯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계단을 오르는 행위 자체를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이 쉽사리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살이 찐 어른들처럼 다이어트라도 하는 중이라면 또 몰라도, 그렇게 힘든 행위를 정말로 즐기는 듯 보여 심중이 궁금할 때가 있다. 아직 말을 하지는 못 해서 아쉬운 대목이다.
그런데 한참을 웃으며 구슬땀을 흘리던 아이를 바라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걸음마를 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이에게 있어 계단은 얼마나 큰 도전정신을 요하는 장애물이었을까. 그러다가 처음으로 계단을 정복하던 날은 얼마나 기쁘고 뿌듯했을까. 드디어 바레코드를 잘 눌러줄 수 있게 된 기타 연주자가 그 코드가 들어간 노래를 연주하듯 기쁘게 계단을 오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나는 언제쯤 계단을 올랐던가. 뭔가에 도전하여 스스로의 성장을 지켜보며 기뻐했던 게 언제였던가. 아직 채 발달하지 않은 다리근육에 의지해 열심히 계단을 오르는 아이의 손을 잡은 채, 몸은 아이를 따라 함께 계단을 올랐지만 머릿속은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계단의 정상에서, 나도 다시금 나만의 계단을 올라야겠다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