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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l 12. 2023

겹치는 취향에 대한 양가적 감정

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치킨 전문 패스트푸드점을 좋아한다. 여기는 오후 9시 이후에 치킨을 하나 사면 1+1으로 하나를 더 얹어준다. 나는 이 이벤트를 자주 노린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부터는 매달 11일마다 이 이벤트를 하루종일 진행하겠다는 파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나는 이 날을 놓치지 않기 위해 회사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달력에 동그라미 표시를 해 놓을 정도였고,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어제저녁 기분 좋게 음식점에 들어섰다.


언젠가 동네에 있던 이 패스트푸드점의 체인점이 장사가 잘 안 되어 문을 닫는 것을 보며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또한 아쉬움 이후에는, 이런 식으로 하나둘 문을 닫다가 외국계인 이 회사가 대한민국에서 아예 철수해 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일었었다. 그러면서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이곳의 음식을 즐겨 먹어 두려워하는 그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랐었다.


하지만 이런 내 바람은 어제를 기점으로 사라졌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로 가득해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던 음식점 내부에 들어서자, 원래 같으면 먹음직스러운 치킨이 보관되어 있을 텅 빈 진열장이 눈에 띄었다. 불안한 마음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이는 점원에게 치킨의 행방을 물어보니, 전부 동이 나서 조리 중이며 한 시간은 걸릴 거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이 아무리 간사하다고는 하지만, 어제 나의 마음은 그 정도가 심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었던 나는 실망감에 젖은 채 음식점의 문을 나섰고, 마침 쏟아져 내리던 빗 속에서 치킨을 구매해 간 이들을 부러워하기도, 원망하기도 했다. 엉뚱하게도.


대상이 되는 자원이 유한한 취미, 그러니까 음식처럼 모두가 누릴 수는 없는 제한적인 취미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바람을 동시에 갖게 되는 것 같다. 겹치는 취향을 가진 이들이 없다면, 경제적 논리 따위에 의해 그 취향을 즐길 수 없는 위험이 존재한다. 그리하여 일정한 수 이상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길을 걷기를 희망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의 수가 너무 많아지면, 또다시 취향을 즐길 수 없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앞서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그래서 적어도 나에게까지는 적절한 몫이 돌아올 정도로 적당한 수가 유지되길 바라게 된다. 이런 바람 속에서 이기적인 한 인간의 마음, 겹치는 취향에 대한 양가적 감정은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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