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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l 17. 2023

삶과 기대

살아가며 좌절감이나 무기력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쉽게 느끼지 않거나, 느끼게 되더라도 비교적 금방 회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테면 많은 고민 끝에 이직한 직장의 업무나 사람들에 대해 기대감을 갖기보다는, 어딜 가나 이전 직장과 비슷한 스트레스가 당연히 생길 거라 미리 접고 들어가면 좋다. 결혼에 골인하면 주변 환경이 극적으로 변화해 핑크빛 일상이 펼쳐질 거라 기대하기보다는, 그저 새로운 가족과 함께 살아가게 되는 것쯤으로 여길 필요가 있다.


이렇게 기대감을 버리는 행위는 결국 행위의 결과에 대한 예상범주에 대부분의 부정적인 결과를 포함하게끔 돕는다. 그래서 어떠한 부정적인 결과든 쉽게 받아들이고 정신적 손상을 줄일 수 있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렇게 기대감이 없는 삶이 정말 더 나은 삶일까?


로또복권을 구매할 때 얻고자 하는 것은, 그 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기대수익보다는 토요일 당첨결과가 발표되는 순간까지 마음속에 품을 수 있는 기대감에 가깝다. 친구들과의 소풍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있어, 그 기다리는 시간마저 더욱 즐겁게 보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기대감이다. 주말의 계획된 일정이 주는 기대감은 평일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여름휴가로부터 오는 행복의 시작일은 비행기가 출발하는 날이 아니라 비행기티켓을 예약하는 날인 것이다.


기대한 만큼의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았을 때, 그만큼의 차이로부터 맞이하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기대감에 대한 세금 정도로 여기고 받아들여야지, 지나치게 두려워하여 회피하려고만 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이 두려움 때문에 기대감을 포기하는 것은 감정적 수지타산에 그리 맞는 행위는 아니다. 


물론 그럼에도 어쨌든 너무 자주, 지나치게 기대하는 건 그 반동으로 지나치게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항상 기대하는 것도, 항상 기대하지 않는 것도 좋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기대에 대한 조금 더 정돈된 지침이 필요하다.


기대할 거면 실망하지 말고, 실망할 거면 기대하지 마라.


이 안에서 우리는 바람직한 기대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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