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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Oct 30. 2023

FJ와 FP, 공감과 이해

몇 년 전, 어려운 결심 끝에 데려온 아기고양이가 몹쓸 병으로 불과 4일 만에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가슴이 아파 몹시 울었다. 다음날 직장에서 나의 경험과 감정에 대해 설명할 때 어떤 선배가 물었다.


"그런데 겨우 4일 동안 함께 있었는데 그렇게 많이 슬펐던 거야? 미안한데 쉽게 이해가 가지는 않아서."


나는 잠시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4일 동안 함께 한 반려동물의 죽음 앞에서 어떤 이는 그렇게까지 슬프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평소에 선배의 인간성을 좋게 평가하고 있었기에 내가 느꼈던 감정에 대해 가능한 이해시키려 노력했다. 진심으로 이해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볼 수는 있었다.


그의 태도는 누군가에게는 '공감'하려는 태도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그가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거짓된 태도로 공감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공감은 이해의 연장선에 있다. 그리고 이해는 대개 경험에 바탕을 둔다. 하지만 그것이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에 대해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예컨대 자녀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도 자녀를 잃은 부모의 심정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한다. 구구절절 이해시키지 않아도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편적인 공감의 영역에 많은 초점을 두는 유형은 FJ다. 이들은 공감에 꼭 깊은 이해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4일 만에 고양이를 잃었다는 이야기에 실제로 공감하지는 못했을지라도, 자신이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고 공감할 수 없노라고 쉽게 표현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반려동물의 죽음이라는 상황에서 개인마다 느끼는 슬픔의 깊이가 다를 뿐 분명 마음에 상처를 입었으리라 추측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내밀한 이해의 영역에 많은 초점을 두는 유형은 FP다. 이들은 공감의 영역에 발을 들이기 이전에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여긴다. 똑같은 이야기에 결국 상대방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어떤 FP는 진정한 의미의 공감대를 형성하려 노력하지는 않는다. 이때의 FP는 요새 유행하듯 '너, T야?' 라는 말을 유발할 수도 있다. 반면 진정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게 된 FP는 누구보다 절절한 위로를 건네며 자신의 일처럼 슬퍼해줄 것이다.


FJ와 FP의 가장 큰 차이는 여기에 있다. 이해와 공감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이 안에서 이들은 분명한 접점을 공유하지만, 때로는 서로의 가치관과 판단양식의 문제점을 느끼고 멀리 할 수 있다. 심하면 FJ는 FP의 마음을 이기적이라고, FP는 FJ의 마음을 가식적이라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같은 F 유형 안에서도 보편적인 기준(J)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따라 그 양상은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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