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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l 17. 2024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처음으로 다녔던 직장에서 겪었던 일이다. 타인과 갈등을 자주 일으키는 편이었던 내게 어떤 직장상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처럼 문제를 자주 일으키는 사람은 너밖에 없잖아. 거기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냐?”


무슨 이유가 있나. 나는 언제나 옳은 판단을 내린 다음 사리에 맞게 행동했을 뿐인데.


특별히 대꾸하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나빠진 나는 그를 싫어하게 됐다. 그래서 언젠가 이 모욕을 갚아 주기로 마음먹고 그의 말을 잘 기억해 두었다.


미리 말하자면 그 역시 나처럼 평판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이직하게 되어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러 다니던 중 만난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가서는 문제 일으키지 말고 잘 지내고.”


나는 어느 정도 평화롭게 내려놓았던 마음을 얼른 붙잡고 기다렸다는 듯 쏘아붙였다.


“차장님 평판 안 좋은 거 아시죠? 거기엔 분명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회사원들은 가끔 직장을 그만두면서 상사에게 받았던 수모를 되갚아주는 상상을 한다. 그런데 내게 그것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통쾌했다. 물론 유치한 행동이었지만.


또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사회물을 더 많이 먹고 난 요즘도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는 내 모습을 마주할 때가 있다.


차장의 말도, 내 말도 옳았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 차장은 평판이 나빠질 만한 행동을 했고, 나는 갈등이 생길 만한 행동을 했던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갈등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게 아니다. 유독 자신의 주변에서만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물론 살다 보면 정말로 갈등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원치 않게 갈등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비슷한 갈등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글쎄, 내 생각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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