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미정 : 9개월째 30대 백수의 삶

이 꽤나 마음에 든다

by 콘월장금이

자발적 백수를 선택한 나는 요즘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

작년 10월말에 캐나다 직장에서 퇴사하고 지금 백수가 된지 9개월정도가 됐다. 잠깐 남미 여행을 하고 한국에 온게 1월말이니깐 제대로 쉰거는 6개월째다.



이상하리만치 나는 한국생활이 갑갑하다고 느껴진다.

내가 도망치고 싶었던 그 사회적 구조에 다시 돌아온 느낌이랄까.

바쁜 사람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 경쟁, 더 많이 가져야 할 것 같은 느낌, 내 나이를 신경써야할 것 같은 느낌, 결혼, 정해진 직업이 있어야할 것 같은 이 느낌들이

나를 어려운 기분이 들게 한다.



왜지...? 왜지...?



좁은 창고 같은 방에 살아도, 다인실에 다같이 생활해도 나는 마음은 비교적 감사함이라는 마음의 천국에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가진 것은 없었지만 가진게 없으니 기대하는 것도

잃을 것도 욕심을 부릴 것도 없었다.



누군가의 시선으로부터 매우 자유로웠으며, 내가 뭐를 하고 살든 다 괜찮은 그 느낌이 나는 참 좋았다.



분명히 이 시간이 나에게 알려줄 뭔가가 있는거구나,

훗날 뒤돌아 봤을때 이해가 될 시간이겠구나 하며 생각의 매듭을 지어내곤 한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음이 생각보다 나에게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느낌은 뭘까? 20대 중후반부터 여행을 하면서 놀다보니 30대 초반이 되었다.



나는 즐거웠고 시간은 흘렀다.

나름 하루 하루 세심하게 살펴가며 즐거웠는데, 시간적으로는 금방 지나간 느낌이 낯설게 느껴지곤 한다.





당연하게도 타인의 시선에서 보면 이룬게 없을 수도 있을 지금의 모습이지만, 나는 꽤나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았고 살고 있음에 좋은 기분을 느낀다.

비록 이런 모습이 사회가 한 사람에게 요구하는 모습이 아닐지언정 말이다.





나보다 나를 더 걱정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소개해주는데, 그 마저도 동하지가 않는게

어쩌면 백수는 나에게 천직이 아닐까?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반려견 몽이랑 나가고 싶을 때 산책 나가고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여유로운 점심이 행복하고

책 읽다 어느새 잠드는 낮잠이 좋다.



이런 나는 돈도 많았으면 좋겠다.

배낭여행 하느라 아끼고 아낀다고 감사하지만 궁핍한 생활도 했어서 이제는 좀 좋은 것들 누리며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이 마음이 어찌나 불협화음 같은지

여유로운 이 생활이 좋은데

돈은 많았으면 좋겠다. 라는거다



자기계발로 유명한 코치들이 본다면 혼구녕을 낼

이야기가 아닐까?



통장에 찰랑 찰랑 은은하게 머물러 있는 잔고도 좋고,

아직은 그 녀석들 믿고 이렇게 지내도 괜찮지않을까 생각도 든다. 물론, 그 아이들은 20대 초반에 뭣 모르고 열심히모아둔 녀석들이 친구들을 데려와 하나 둘 둥지를 틀어주었다.







음.. 그래서 나는 이런 인생도 좋은데,

이렇게 살아도 당분간은 괜찮지 않을까?



언제나 길은 있다
- 오프라윈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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