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루 종일 기다리는 일

2018.7월 브라질

by 콘월장금이

어제저녁에는 점심에 갔던 레스토랑에서 남은 음식을 싸와서 그걸 먹었다
호스텔 키친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날 불렀다
“미~~~~” 혹은 “미야~~~~”
내 한국 이름을 외국 친구들은 어려워해서 호주에서도 제니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건데
호스텔 사람들은 나를 미라고 부른다.


뒤를 돌아보니 마이코가 있었다
내게 내일 뭐하냐고 물었고, 원래는 블루 케이프 투어를 갈 생각이었지만 그 얘기 없이
왜냐고 물었다
나의 보니또 생활을 잘 알고 있는 이 친구는
“너 내일 할 거 없지?”
할거 없다고 말하고 싶어서 나는 내일 할거 없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무슨 투어인지 어딘가를 같이 가자고 한다. 자기 친구한테 확실히 컨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무슨 팜에 가자고 했는데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다.
나는 얘랑 말도 많이 해본 적 없고 인사치레나 돈 낼 때 몇 마디 했던 게 다인데,
오랜만에 자기 오프라고 한다.


나는 지난번에도 얘가 2일 정도 안 보이던걸 알고 있어서 주 5일 근무로 알고 있었다.
그렇게 물으니 아니라고 한다.
영어 가능한 사람이 자기뿐이라 일을 많이 한다고 했다.
휴무는 그때마다 다르다고 했다.

어디를 같이 가자고 얘기하다가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
“너 지난번에 2일 쉬었잖아! 그래서 난 너 5일 하고 2일 쉬는 줄 알았어”
“아니야. 가족 중에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서 돌아가셨어. 그곳에 다녀오느라 일을 못한 거야”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너는 어떻게 영어를 그렇게 잘하니로 시작되어 이 친구가 어릴 적 영국에서 3년 살았던 일, 아버지는 영국에 있고, 어머니는 돌아가신 일, 보니또에는 혼자 살고 있는 것부터 그런 사적인 이야기들을 짧은 시간 내에 나눴다.


누군가 자기 곁에서 사라진 일들을 담담하게 말하는 마이코를 보니 괜한 것들을 물어봤나 싶고 안쓰러워 보였다.
그리고 이내 웃어 보이는 그 애를 보고 있자니 그냥 마음이 이상했다.

나는 괜스레 화제를 전환했고, 내가 먹고 있는 거 점심에 호주 친구, 브라질 커플이랑 레스토랑 갔다가 음식이 너무 많아서 싸온 거야!라는 가벼운 소재의 말로 분위기를 바꾸려 노력했다.

마이코는
“그러면 너 밥 다 먹고 다시 얘기하자!”며
사무실로 돌아갔다

밥을 다 먹고 주위를 둘러보니 호스텔 사장님이 돌아오셨다.
다시 얘기하자고 했는데... 메신저라도 물어보고 거기서 대화하자고 할까? 내일 꼭 같이 놀러 가고 싶은데...
혹시나하고 방에서 나와 30분 이상 해먹에서 고양이랑 놀면서 얘가 다시 나올까 기다리다
방으로 돌아왔다.
2일 밤만 더 자면 체크아웃인데, 그 기간 동안 마이코는 휴무다.
인사도 못하고 가게 생겼다.
아침에 우연찮게 조식 먹으러 온 마이코랑 마주쳤는데 우리 둘 다 인사도 없이 그냥 지나쳤다
‘뭐지...? 그래서 오늘 어쩐다고...?’



오전에 동네 주변을 걸으러 갔다가 호스텔로 돌아오면서 호스텔 옆 옆에 사는 그 애의 집을 한번 슬쩍 쳐다봤다.
노랫소리만 쿵쿵 들리는 게 아직 집에 있나 보구나.
오늘 안 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하룻밤만 자면 보니또 마을도 안녕이다
인사 없이 내일 새벽 7시 차 타고 가버릴까
아니면 2박 정도만 다시 추가해서 그 애 근무일 날 인사만 하고 갈까....

나도 모르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