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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들2

by 콘월장금이

나는 아름다운 날들 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예전에 배낭여행을 하던 중엔가 우연히 알게 된 노래가 브라운 아이드소울의 아름다운 날들 이였는데, 이 노래의 가삿말이 그렇게 어여쁘게 느껴져 나는 여전히 이 노래 제목을 좋아한다.


다시 이런 행복이 찾아올까
남아 있는 행복을 다 버려야 해도


여행을 하다가 만난 우연을 곁들인 인연이 있었는데,

나는 그 순간 내가 그토록 자주 속으로 중얼 거리던 노래의 상황에 와있다는걸 느꼈다.

그건 어쩌면 특정한 한 사람이 아닌 그때 마주한 모든 사람들, 장소, 날씨, 눈빛들 모두가 내 인생에 더 이상 이런 행복한 순간은 오지 않을거라는 필연적인 느낌이 들었다.


남아 있는 모든 행복을 다 버려도 지금을 위해서라면 다 괜찮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라고 하면 될까.

마치 해피엔딩을 향해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고 있고, 그 안에서 나는 무한히 행복했고 세상이 아름다웠고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지가 그때의 고민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그 아름다운 날들은 정말 그때 행복을 다 끌어다 쓴건지 자칫 늘어지는 러닝타임처럼

지루하고 고된 시간을 인내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내 마음은 그때를 기억하고, 어쩌면 사사로운 사건들도 모두 잠재운 뒤 고이 예쁜 추억만 가득해 지금은 더욱 아득하게만 느껴지는건지도 모른다.


시간을 잃었고, 아름다운 날은 끝났고

그때 몰아쓴 행복은 빚처럼 다가와 어두운 면을 내게 견디라고 한다.


그때 내가 마주한 시간은 인생 최대의 고비에서 아무런 기대도 없는 우연 속에 만들어진 최고의 행운이자 아름다운 날들이었다.


그러면, 지금 가만히 밖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듣고 있는 소란한 마음을 견디다 보면 언젠가 다시 나에게 그런 날이 찾아오지 않을까?


사람이 이런 희망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오늘을 견디고 살아낼 힘을 얻는 것 같다.

나는 자주 떠나기를 고대하고, 지금 있는 자리에 만족하지 못 하는 편이지만 -

오늘 무사히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자고, 읽고 싶던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내 할일은 다 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한국에서는 영국으로 떠나기를 바랬고, 영국에 와서는 또 다른 나라를 꿈꾼다. 나는 이토록 제 자리에 있지 못하고 돌아다니고 싶은지 모르겠으나 삶은 또 그 자체로의 여행이라 하지 않던가.


혹시 모르지,

제 2의 아름다운 날이 나에게 찾아올지도

혹은 이미 왔는데 내가 모르고 있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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