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장에서 퇴사한지 5년이 되었다. 2016년 2월에 퇴사해 다음날 바로 제주도로 날아간게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퇴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20대 중후반에 직장을 그만 둔다는건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탈락한 루저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참고 버티는 날이 길어진만큼 정신은 피폐해져 갔다. 4년차 직장 시스템에 익숙해져 어느정도 능숙함은 있었지만, 삶의 속도를 정신은 따라가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일도 많았던 거 같은데 그 당시에는 무엇이 그리 힘들었는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미해져 간다. 그러나 그때로 돌아가 선택을 다시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번복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퇴사를 하고 나면 휴가라는 제약 없이 오롯이 내 인생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해보고 싶었다. 퇴사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어느 것에도 위안을 받을 수 없다고 느낀 그 당시의 감정 상태가 클 것이다. 엄마에게는 한 두달 배낭 여행을 다녀온다고 말했다.
엄마는 내게 여행이 휴가로 잠깐 갔을 때야 좋은거지, 그게 생활이 되었을 때는 다를거라며 직장을 그만 두기만 해보라고 걱정 어린 잔소리를 했다.
어느 누구도 20대 후반을 달려가는 나의 퇴사 결정을 응원해주진 않은 듯 하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둥글게 살아가고 한때는 내가 배우기를 어렵고 힘들게 배웠으니 후배들에게는 천사 선배가 되어야 겠다고 다짐하던 때가 있었다. 어린 생각이었다고 누군가는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의 나는 그랬다.
친절하게 웃으며 알려주는 화내지 않는 선배가 되는게 좋은 줄 알았던 것이다.
직장이라는 시스템에서 적응해나가며 중심을 잡아가는게 그리 어려운 줄 누가 알았을까
어쩌면 직장은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 직장에서 퇴사한 5년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
한두달 다녀오겠다고 한 배낭여행은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고, 새로웠으며, 인생을 오롯이 살아가는 듯한 생생함을 얻었다. 어찌어찌 하여 배낭여행이 호주 워킹홀리데이라는 길을 열어줬는데, 그 당시 여행을 하다 만난 한국인 여행자들이 여행 중간 또는 끝에 호주 워홀을 간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아 그렇구나.. 하고 넘긴 일이 우연히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호스텔에서 만난 프랑스 남자와의 짧은 대화에서 여행을 더 길게 하고 싶으면 시급이 높은 호주에 가라 라는 힌트를 얻었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한 게이트 바로 옆이 호주 시드니행이었다.
자연스레 꿈꾼 것 같다. 내가 만약에 시드니에 가게 된다면 어떨까, 얼마나 좋을까 라는 그런 상상말이다.
약 6개월가량의 제주한달살이, 배낭여행은 그당시 2월에 저렴하길래 사둔 7만원짜리 일본 오사카 왕복 항공권 날짜에 맞추어 끝나게 된다.
그리고 한두달 짧은 기간 동안 호주 워홀을 신청하고, 그에 관련하여 비자까지 받아두었다. 첫째 언니의 결혼식이 끝난 얼마 후 호주 시드니로 날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