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워홀 출국 D -9일

by 콘월장금이

출국이 9일 남짓 남았다.

2월부터 미뤄온 영국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위함인데,

문득 5년 전 첫 영국 배낭여행에서의 이미지가 머리 위를 둥둥 떠다닌다.

영어를 못 하는 한국 여자애.

영국을 가기 전 약 한 달간의 5월 뜨거웠던 인도 여행

거기서 만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순식간에 얼음처럼 냉각되어 다가온 게 영국의 첫 느낌이었다.


40도를 웃도는 인도의 날씨는 하루아침에 우중충한 차가운 영국의 날씨에 닿았다.

가진 옷이 레깅스와 체크 남방, 그 외 인도에서 만난 마음씨 좋은 싸지다 아주머니의 옷 선물이었던 청 원피스와 흰 티셔츠다.( 인도옷 특징 중 하나는 세탁을 하면 염료가 엄청 빠진다. 그 때문에 한번 입고 옷에 다 번져서 더이상 입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럴까 처음 3층으로 된 15인실 숙소도, 여기가 돼지우리인지 여자애들 방인지 모를 방 모두가 낯설게 느껴졌다.

2층 자리에 배낭과 함께 몸을 늬여보다가 한편에 널어둔 빨래가 오늘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 축축하고 어두운 지하실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가져온다.


비싼 물가에 짧게 5일을 머물다 그 안에 특별히 한 일은 없다. 이른 아침 서둘러 공항으로 가는 길, 편의점 셀프 계산대는 어찌 그렇게 서툴고 어려운지 앞에 미리 계산을 마친 한 영국 여성에게 더 서투른 영어로 도움을 청하니

내 목소리가 들리는지 마는지 그녀는 그렇게 자리를 떠난다.


그 순간 마음에 차가운 공기가 드리운다.

다시 쭈뼛쭈뼛 편의점 직원에게 부탁을 해 계산을 마치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영국에서는 마음을 나눌 이 하나 없다는 쓸쓸함과 공허함 같은 이상한 감정들이 복잡하게 다가온다.


5년이 지난 지금, 다시 영국을 가려고 하니 늘 그렇듯

혹은 이번에는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 덧입혀 굳이 가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자꾸 되뇌게 된다.


사실 꼭 가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게 지금의 고민인데, 나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죽음 앞에 후회를 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생각해보곤 한다.


학생 때 이후로 독립을 하며 살다 근 1년간 본가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 이렇게만 살아도 참 좋겠다. 내일 당장 사라진다 해도 가족과 함께한 시간 덕분에 그것으로 좋은 인생이었다.라는 생각에 닿게 된다


그렇다면 이 좋은 안정감과 따뜻한 방, 밥과 가족을 두고 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럼에도 가야 된다는 것에 무게를 두는 건, 내 생각 속 영국처럼 그곳은 마냥 차가운 곳만은 아닐 거라는 작은 기대일 것이다. 단 5일 안에 한 국가를 정의해버리는 건 그 나라의 좋은 사람들, 아름다운 곳, 맛있는 음식들을 배신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냥 이 안정감 속에서 하릴없이 살아갈 수만은 없다.

나도 나만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과 더 나은 삶에 대한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라는 말이 마음속 깊이 닿아 머리를 퉁~ 정신 차리게 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데, 혹은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 복잡한 마음이 든다.


누군가에게 좋다고 소문난 국가와 장소가 나에게는 와 닿지 않는다고 느낀 경험이 더러 있어서 이미 꽤나 긍정적이지 않은 감정의 국가를 다시 가는 게 맞는 것일까 하는 도돌이표 같은 고민을 반복한다.


마치 정차 없이 빠르게 혹은 아주 천천히 달리는 생각의 롤러코스트에 탑승한 기분이랄까.



[무엇보다 비싼 집세와 교통비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30대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걸 잘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막상 가면 영국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코로나 속에 가는 게 맞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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