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며칠 전, 평소처럼 출근하는 버스에서
그날따라 친구들과 재밌는 메신저를 주고받았다.
소소하지만 그 이음새들이 즐거워서 내리 휴대폰만
바라보고, 톡톡 문장을 만들어내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순간 뒤에서 누군가 불러 돌아보니
어떤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나에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길래 한국 사람이라고 했더니 일본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한다.
( 이유는 모르겠는데, 보통 중국인이나 일본 사람인 줄 아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버스는 템스강 다리 위를 지나갈 무렵이었고, 짧고
간결한 대화를 몇 마디 나누다 가끔씩 만나 이야기하는 친구가 되자며 번호를 물어왔다.
이제 영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나는 영국 번호가 그리 잘 안 외워지더라.
마침 친구도 없는데 잘 됐다. ( 펍에서 페일 에일 같이 마셔줄 친구 한 명쯤 어디 없을까~ 하며, 펍에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던 시기였으니)
허둥거리는 틈에 버스는 이미 내려야 할 정거장에 도착했고, 얼버무리다 그 친구까지 같이 내려버렸다.
바쁜 출근길에 만난 거라 번호만 주고받고 서둘러 직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며칠 뒤, 버스정류장에서 다시 만났다.
요 며칠 이어지는 비 소식이 오늘도 쉬이 지나가지 않듯
얇굳게 빗방울을 던지는 하늘
잠시 그 친구네 집 근처 정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친구 동네가 내가 지금 사는 동네다. 집에서 걸어서 5분 이내에 가까이 살고 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텍스트로 나누는 이야기가 더 즐겁고, 친구들과의 만남이 잦았던 20대였지만 지금은 가족과 도란도란 편하게,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그 여유로움이 좋아진 30대다.
그렇다 보니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 특히나 이전에 나와 연이 닿지 않은 처음 보는 사람과의 대화는 꽤나 어색하고 적잖이 대화 속 빈 공간이 자주 나타나곤 한다.
그럼에도 반가운 것
사람을 만나기 싫지만 만나보니 좋은 것이 어쩌면
인간관계의 두 얼굴이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사람 속에 살아가야 하고 그 안에서 상처도 받고 어려워도 하고, 다시 설렘을 얻기도 하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다시 만남 후 하루가 지났다.
문득, 한 달 전에 쓰인 일기장을 꺼내 그때 적어둔 페이지를 찾아봤다. 한편을 접어둔 터라 나름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그 안에 새롭게 적힌 나만의 이상형 리스트.
사실, 그 친구가 이 리스트에 해당되지는 않는 것 같으나
1번에 적힌 공원을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사람이 될 순 있진 않을까 하는 김칫국을 시원하게 마셔본다.
친구였으면 좋겠으나 친구가 못 된다면 그 마음 또한
이상할 거 같은 게 잘 모르겠다.
나는 사람들과 쉬이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어느 곳에서는 겉돌기도 하며 낯을 가린다.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지는 사람에게는 정을 잘 주는 편이라 만남이 이어지는 게 가끔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좋은 사람이라는 판단이 수많은 마음속 심사에서 통과되는 거라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 때가 종종 있다.
그럼에도 이 일기장 속 문장이 그 한 줄, 한 글자가 나를 위해 뛰어다니다 누군가를 데려온 것 같아 고마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적어도 이 친구와의 만남이 마이너스일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