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접 보러 가기 하루 전)
가만히 보면 나는 남들보다 잘 살고 싶은 욕구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인정 받기를 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잘 되기를 바라는 욕심을 부린다.
가령, 영어공부가 필요하다는걸 잘 알면서 일찌감치 미뤄둔 하기 싫은 과제처럼 구석에 두고 좋아하는 놀러 나가서 놀기를 시전한다.
‘영어 따위야 방구석에서 하기보다는 직접 나가서 부딪혀 생활해야 맛이지’ 라는 호기로운 생각으로 나간 곳은
마치 희미한 안개 속에서 겨우 몇 단어를 보거나, 듣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이 아닌 영국에서 언어에 대한 그리고 취업에 대한 생각에 마음을 쓰고 있는가 한다면
한국에서의 내 자리를 아직 못 찾겠다고 변명하면 될 것 같다.
흐름처럼 또는 누군가의 바램처럼 안정적으로 자리잡아 살아가는게 남들 이야기이지, 보통의 내 얘기 같지는 않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인가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이 안에서 나름대로 흘러가다 보면 어딘가에 닿아 있겠지 하는 조금은 무책임한 생각을 하곤 한다.
몇년 째 같은 고민이 반복되고, 노력은 안한다.
노력을 안 하고 싶다. 그리고 주눅들고 자기 합리화를 할 뿐이다.
하나의 일이 습관이 된다는게 예전에는 지금처럼 외국에 있는게 무척이나 짜릿하고 기쁜 일 이었는데, 지금은 혹시 영원히 이렇게만 살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차오를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이 생활을 습관처럼 이어간다. 습관은 처음 생길 때야 모르고 때로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차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비교적 수월하게 자리를 잡는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외국은 어쩌면 한국 사회에 발 한번 디뎌보려다가 에너지를 탈탈 털리고 소진된 한 여성의 도피처가 되어주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전공을 했다는 이유로 어찌 어찌하여 지금까지 이어온 일이 사실은 노력도 안 하고 싶고, 현재를 살아갈 밥벌이로만 사용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고해서 모두가 자신의 일을 기쁜 마음만 가득하게 사는건 아닐텐데 말이다. 가끔 나는 욕심을 내어 내 일에는 기쁜 것만 채워지면 좋겠다 하는 어린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인생이 마냥 무지개빛도 아닐 거라는 것쯤은 이제야 인정하게 되는 일이다.
그래도 이 길이 마냥 의미가 없진 않을거라는 걸 안다.
지금은 모르지만 훗날엔 알게 될 일이 있다는 걸,
크고 작은 사건 사이에 놓인 과정 또한 안고 가야할 일이라는 것쯤은 이제는 덤덤히 받아 들이게 된다.
모든 과정이 빛날 수는 없지만, 잿빛으로 어두워진 날에는 그저 오늘 해야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간다.
그게 그냥 침대에 누워 휴대폰만 만지는 일이라도 말이다.
어쩌면 다행인 것은 예전처럼 그 누군가들을
무조건적으로 부러워하지 않는다. 인생이 나에게 그렇듯 모두에게 공평하게 비를 내리고 햇살이 비치고 가끔은 바람 불어오는 날이지 않겠는가
그래도 그 외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좋은 환경에서 비를 바라볼 것인가
그 비 중앙에 서서 쓸쓸히 빗줄기를 맞고만 있을 것인가는
본인의 선택이고 노력이다.
구구절절 적어보았지만, 결국엔 난 조금 더 나은 상황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니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야한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