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난히 스스로에게 수고했다
고생했다 - 라고 느낀 날이었다. 아마 영국워홀이 끝나는 날에 느낄 감정들을 그냥 한번 상상해봤다.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부쩍 드는 요즘인게 같이 사는 스페인언니가 가족 일로 급하게 스페인에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편으로는 나도 그렇게 바로 갈 수 있는 거리라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제는 마덜스 데이 였는데 엄마 이야기에 자주 눈시울을 붉히는 M이 언니들과 엄마를 추억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
여전히 텁텁한 감정들이 올라와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이런 감정은 그냥 잠시동안은 조용한 곳에 두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
-
Z랑은 좋게 생각하면 안정권에 들어간 것 같다
-
어떤 생각들이 하나 둘 몰려 왔다가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희미해져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
호텔에서 테라피스트로 근무하는 것에 대해 주변 친구들의 직업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는걸 부쩍 느끼는 요즘이다.
과연 나도 그럴까? 한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들 여기만한 곳이 없다며 만족감을 드러내는데
영국에서 첫 직장이고 비교 대상이 없다보니 애들 말만 듣고 근무 일수를 줄이고 싶어 괴로워도 그냥 참을 때가 있다. 가끔은 세뇌 당하는 느낌에 어떠한 가능성이 일찌감치 닫혀버리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과연 이게 최선일까? 이게 내가 갈 수 있는 인생의 최고인걸까?
타인의 만족어린 삶이 나에게도 적용되는 걸까?
나는 나만의 기준과 길이 있는걸텐데 말이다.
잠시 표정을 잃었다가 아이슬란드 가서 잔뜩 웃음꽃을
피어냈다. 어색하리만큼 진실어린 웃음에
움츠린 얼굴 근육들도 겨울잠에서 깨어나듯 피어났다.
가끔 자주 상상하곤 한다.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의
형태에 대해서 -
사람마다 현실을 살아내고 꿈을 그저 바라보는 삶이 있듯이, 꿈은 꿈일 때 좋은 것일까?
-
시간의 한정성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기분은 워홀을 시작한 이후로
비자 만료라는 시간 제한 속에 살아가며 부쩍 느끼게 된
감정이다. 두번의 일년 살이, 현재 진행 중인 이년살이
나는 이 한정된 시간 속에 어떻게 잘 살아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은 흘러 이십대에서 삼십대가 되었고
어느 덧 삼십대 중반이라 불릴 만한 나이로 아무것도 모른척 하루 하루 밀려가고 있다. 때때로 호기롭게 걸어가고 있다.
고민에 고민을 덧입혀봤자 현실 형편은
출근과 퇴근하며 사느라 길게 생각할 시간도 없이
잠에 들고 일어난다.
누구든 마냥 하나의 감정으로만 사는 사람은 없고, 그 사람 곁에도 마찬가지로 비는 오고 흐린 날도 있을 것이며 물론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날도 있을 것이다.
아주 예전에 했던 생각인데, 사람은 어쩌면 무척이나 공평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모든 부분에서 하나 하나 다 따져보자면 완벽한 사람없이 마음을 쓰는 구석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무조건적으로 현실을 찬양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 옛날이여~ 를 외치고 싶을 만큼 까무룩한 옛일처럼 느껴진다. 하루 하루 생의 겹겹이 속에 살아가는 일이 무척이나 고되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예전처럼 될 일, 안될 일에 버럭버럭 마음을 쓰는 일에 포기가 빨라졌다.
그려러니 그려러니..
그려러니 하다가 내 가능성은 이게 전부라고만 생각하며 살게 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하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