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1년 4월 코로나 팬데믹 시기 중 움츠린 세계 분위기 속에서 마음의 소리를 따라 갔다가 인생에서 맛볼 수 있는 다채로운 아름다운 날들을 보내게 된 고마운 기록이다.
혼자 갔다가 마음을 나누는 친구들이 생겼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으며 열심히 찍고 다닌 발걸음에는 이제 런던만 가면 집에 온 듯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2016년에 영국을 여행할 적에만 해도 그 5일간의 시간, 특히나 사람 좋아하는 인도를 그것도 여름을 거쳐 여행한 후 닿게 된 조금은 찬 공기가 살결에 스미던 그 영국에서 사람들마저 차갑게 느껴지던 때.
그후, 영국 단기 배낭여행을 끝낸 나는 줄곧 세계여행 중 최악의 도시로 영국 런던을 입에 올려두곤 했다.
내가 2021년 영국행을 선택했을 때, 그 안에는 그동안 마음에 내내 불편하게 있던 미운 영국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는데 -
그토록 최악이라 느끼던 영국의 다른 모습이 있진 않을까 하는 기대감 같은거였다.
그리고 약 2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나는 영국을 그리고 런던을 다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지만 나름 자신있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 좋은 우정과 사랑을 나눠받은 곳. 영국 사람들에게서 받은 따스함 같은 것들이 이제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자리잡고 있다.
더이상 나에게 영국은 최악의 나라가 아니며, 오히려 한국과 내가 제2의 고향으로 부르던 제주. 그리고 최고의 나라로 뽑던 인도, 이집트, 모로코, 브라질 보다도 더 잘 알고 편안한 어쩌면 사랑할지도 모르는 나라가 된 것이다.
런던하면 뭐니뭐니해도 맛있는 각국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최고는 공원이라 할 수 있겠다.
어느 날에든 ( 물론 여름이 좋다 ;) 공원에 가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지는 것들이 많았다.
내가 영국을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된건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이다. 긴 여행 중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며 그토록 나를 괴롭게 하는 이 감정이 뭔지 알고 싶었다. 내가 겪어본 가장 고통스러운 심리 상태는 아끼던 사람과의 이별 중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걸 알았을 때였는데, 어차피 끝난 관계를 붙잡고 여전히 이어져 있을거라는 착각-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변하지 않을거라는 이상한 믿음은
그 마음 그대로 고통으로 와 마음에 펀치를 날려 생채기를 내곤 했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땠는가.
여행하고 워홀하며 친구들과 인연이 끊어졌던 일은 내가 감내하기엔 어려운 부분도 많았고 시간을 들여 스스로를 돌봐야했다. 가끔은 사람을 만나는게 무서운 심리상태까지 가기도 했었으나 이제는 그 또한 과정이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캐나다워홀 중 유난히 인연이 없었던 건 그런 대인기피상태와 타인을 믿지 못하는 마음가짐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인간관계는 숫자로만 나타낼 순 없고, 그 안에 정말 소수의 인물이 있긴 했었다.
내가 지낸 호주 워홀, 캐나다 워홀, 그리고 영국워홀.
어느 국가 경험 하나 소중한 것이 없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영국워홀은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강. 마치 준비된 꽃망울이 언제 시들어버려도 상관없다는 듯 꽃을 활짝 펼쳐내 아름다운을 뽐내던 여름 같은 날들이었다.
나는 이 시기가 인생의 화양연화라는걸 영국워홀
초반부터 느끼고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시기. 젊은 날. 꽃이 붉게 물들어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날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아름다운 꽃이라고 비가 내리는 날이 없었겠느냐만은 그 비와 눈은 내가 다시 단단해지고 오히려 거름으로 만들 수 있는 여유를 지니게 했다.
아름다운 마음은 좋은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나를 왜 이렇게까지 챙겨주고 좋아해주나 싶은 의문마저 가끔 들었던 사랑 가득한 사람들과 함께한 영국워홀의 시간이었다.
사랑이 가득한 사람들 덕분에 나도 사랑을 나누고 싶었고, 좋은 마음을 표현하고 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느꼈던 상처들에 새살이 돋아 흔적만 있을 뿐 이제는 그 상처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에게 사랑을 주고 받으며 내가 여기 있음을 마음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건 영어라는 수단 뿐만 아니라 언어를 뛰어넘는 그 외에 수많은 의사소통의 도구로 가능한 일이었으니 나는 어찌 그토록 영어를 높게만 봤을까 싶기도 한 날이다.
내 인생에서 워킹홀리데이라는 멋진 세상을 만난건,
오래도록 여행을 하고 싶었던 돈 없던 나에게 세계라는 큰 산을 만나는데 베이스캠프가 되어준 소중한 안식처였다.
고군분투했던 날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지만,
그 과정들이 하나 하나 모두 의미가 있었음에 자부심을 느낀다.
- 이태리 여행 중 역앞 잔디밭에서 노숙하다가 스프링쿨러가 돌아가는 바람에 잠에서 깼던 일
- 페루 쿠스코에서의 긴 독방 생활 속 잠재의식을 정화하던 날들
- 브라질 보니또에서 한달 간 자연을 거닐며 무수히 적어내려갔던 메모들
세상에는 재밌는 것 투성이었고,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된다.
내가 3개월 동안 한국을 다녀오기로 한데에는 마냥 쉬운 결정만은 아니었지만, 훗날 하고 싶은걸 포기하고 Z가 있는 콘월에 갔을 때.
어느 순간에 아주 잠시라도 Z 때문에 하고 싶었던 걸 못하게 됐었더라는 원망을 하게 될까 싶은 생각이 스친거다.
나는 나를 믿고, 그리고 내가 선택한 Z를 믿고 이 장거리 시간이 나름 의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선택 하기 전까지는 불안함이 미친닭처럼 마음 속을 뛰어다니지만, 그럼에도 결정 후에는 모든 것들이 그렇게 될 일 이었다는 듯 차분하고 고요해진다.
이건 내게 맞다. 는 생각으로 이 3개월의 시간을 소중하고 알차게 보내서 Z한테도 멋진 모습으로 돌아가겠다.
나의 여정은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이 여정을 기쁜 마음으로 즐길 준비 또한 되어있다.
아름답고 소중한, 무엇보다 감사한 날들을 지냈고
이제는 영국 첫날의 소망처럼 내 뒷 발자국들을 돌아보니
하나 하나가 의미가 있고 아름다운 날들이었다.
삶이 어떻게 더 완벽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