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디 잘 들뜨고 감정표현이 크고 다양한 사람이라서 기쁜 일이에도 무척 기뻐한다.
이런 내 모습은 나에게 어떤 좋은 일이 생기면 기뻐하며
난리나기도 해서 겸손해야된다는 말을 종종 듣기도 하는데 그러다보니 어느날에는 그 말이 감정을 절제해야 되는 것처럼 느껴져 겸손은 어렵고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내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20대 초반에 기회가 좋게도 내가 하는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시연해보이는 일을 맡은 적이 있는데 타 지점에서 온 사람들은 내 모습을 교육 목적으로 찍기도 했다.
처음 그런 일을 겪었던지라 들뜨고 긴장되는 마음에 중간에 브이를 날리며 웃기도 했다.
그러다 얼마후 사장님이 호출을 하신거다.
겸손을 해야된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이 말이 1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겸손 트라우마처럼 머릿 속에 콕 박혀있다.
모든지 첫 경험은 강렬해서 그런지 내 첫 직장에서의 기억이 그렇다.
그래서 나는 항상 마음이 우후죽순으로 왔다갔다 하는데 이 마음을 도통 붙잡고 있는게 어렵다고 느낀다.
마음의 중심을 잡고 그 마음이 위로 가지 않고 차분하면 겸손도 할 수 있는걸까?
겸손은 왜이리 힘들어서 칭찬에 사람의 마음을 날게하고 기쁘게 만드는걸까.
나는 칭찬을 받으면 감사함을 느끼지만 더불어 인정도 하는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겸손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곤 하는거 같은데,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건 여지껏 내가 어딘가로 기울어지지 않은 토대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나를 발목 잡고 있는 어떤 의무감 같다고도 느낀다.
그래서 그런가 겸손한 사람을 우리는 높게 평가하는지 모른다.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건 꽤나 도전적인 일이라 마음을 다독여야하기 때문일거다.
여전히 나는 겸손해야한다는 강박관념 같은게 있고 그 때문에 이 글도 쓰고 있는거지만 그런 마음이 내가 너무 휘둘리지 않도록 도와준 계기가 된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지금까지 직급 한번 제대로 단 적 없이 30대 중반이 되었지만 내 세계는 넓어졌고, 이 마음을 잊지 않고 혹시나 내가 더더욱 잘 되는 날 진하게 도달한 지점일거라는 생각에 그때 더욱 기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미리 다 잘 됐으면 나는 이 겸손한 마음의 중요성과 이룬 후의 감사함을 이만큼 느끼지 못했을테니깐 말이다.
나에게 일어날 일들 어느 것하나 그냥 일어난 것 없이 모두 고마운 일이었다는걸 이제는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노력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