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회 인천국제하프마라톤대회 10Km 신청완료
나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때까지 약 3년동안 육상부였는데, 워낙 달리기를 좋아하기도 했고 그 어린 나이에 맨날 창문에 붙어서 아침에 달리고 있는 육상부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저 자리에서 같이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러다 그 안의 일들을 내가 버티지 못하고 나왔고, 그 뒤에는 어린 나이에 감당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현재까지도 함께하고 있는 만성 피부염인 건선이 생겼다. 내 방에는 트로피와 상장 메달이 정말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만큼 아침 저녁으로 고된 훈련을 하고 학교 수업과 방학마저 일반 학생들처럼 할 수 없을 만큼 운동에 집중했던 시기였다. 나중에 육상부를 그만두고 일반 학생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반에 공부를 꽤 잘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초등학생때 내가 허구한날 구령대에 올라가 상을 받는 모습을 보고 부러웠더라는 얘기를 했었다. 나는 그 친구의 공부잘함이 부러웠는데 그 친구는 나의 달리기 재능이 부러웠던거다.
당시에 생긴 피부염으로 나는 한의원도 다니고, 피부과도 가서 광선치료도 받고 피부에 좋다는 나무 물도 먹어보고 문둥병(나병) 환자에도 좋다는 그런 가지각색의 것들을 엄마는 나를 위해 챙겨주곤 했다.
샴푸와 피부연고만 해도 그 당시에는 보험처리가 안돼서 한번 갈때마다 몇만원씩 나오곤 했는데 이 경험들은 내가 훗날 피부를 전공하고 피부과에서 근무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 고등학생때 우연찮게 피부관리실에서 알바를 했던 것도 있다.)
약값이 비싸니 피부과에 들어가 수시로 피부를 돌볼 수 있는 환경에 있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물론, 나는 내가 만나는 고객들에 대한 책임감이 많은 편이고 나 또한 피부질환이 있어서 그 마음을 이해하고 최선을 다해 고객 응대를 하곤 했다. )
아무튼 - 초등학생이후로 달리기는 거의 안했지만 초,중,고 거의 한번도 빠짐없이 늘 계주 대표로 참가했다. 체력장에서는 늘 1등급이 나왔다. ( 지금 생각해보면 큰 노력을 안해도 타고난 것이 있으면 보통이상은 간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에 내가 체육 관련 학과를 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해보는데 당시에는 피부미용과와 체육학과를 두고 길게 봤을 때 피부미용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대학생이 된 이후로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육상부였던 나름의 꼬리표가 사라진 뒤라 내 친구들은 내가 잘 달린다는 것도 잘 몰랐다.
그리고 시간이 훨씬 더 지났을 때 브라질에서 만났던 F는 나에게 다시 달리기를 권했다( 그때도 내 피부는 다 뒤집어져서 온몸이 빨간반점으로 뒤덮였던 시기였다.) 나는 그저 흘러들었고 또 몇년이 흘러 영국에 닿게 되었다.
같이 근무하는 M이 몇해전 돌아가신 엄마를 추모하고 당시 엄마를 도와주셨던 단체에 기부하는 목적으로 풀마라톤에 도전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대회 당일까지는 꽤 시간이 약 두세달정도 남았던 시점의 여름에 M은 달리기에 대한 동기부여가 잘 안된다는 말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풀마라톤은 42.195Km로 달려도 달려도 끝이 안날 것만 같은 아득한 같은게 있지 않았을까...
그 말을 듣곤 못내 마음에 걸려서 어떻게 하면 이 친구를 도와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나름 곰곰히 했고, M과 I와 퇴근 후 다같이 맥주를 마시러 가는 어느 주말에 우리가 다같이 금요일마다 달려보면 어떠겠느냐 라며 M을 서포트하겠다는 제안을 하게된다. M은 무척 기뻐했고 I도 같이 해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의 첫 러닝클럽의 이름은
Morning People 이다.
작년 7월 22일에 만들어진 러닝 클럽은 여전히 유효하다. ( 물론 추워진 이후부터는 쉬거나 따로 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런던에 있을때부터 5K는 나름 꾸준히 달렸던지라 미국여행을 갔을 때 워싱턴 공원, 뉴욕 센트럴파크에서도 달리기를 이어갔다. ( 새로운 곳에 닿았을 때 그 도시를 달려보는 재미가 있다는게 사실이었다. )
런던에서도 동네를 달리고 어느날에는 리젠트파크를 달리곤 했는데, 이용하는 달리기어플인 스트라바에서 히스토리를 보면 내가 달린 구간이 표시되어 있어서 그거 보는 재미도 있다.
어제 밤에는 누워서 동생이랑 얘기를 하다가 급 마라톤을 검색해보고 참여신청까지 끝냈다.
( 요즘 우리 둘다 달리기가 취미 )
그리고 나는 영국에서부터 10K 마라톤은 생각하고 있었어서 이제 막 시작하는 초보 러너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천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 참가하게 된건 서울 마라톤은 이미 신청이 마감됐고, 시기상으로 저 날이 좋을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모로 재밌는 경험이 될거 같다.
신청을 마치니 갑자기 2년전에 동생이랑 제주도 자전거 종주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진~~~짜 힘들었고,
제주에서 만난 모두가 우리에게 4일만에 자전거로
제주 한바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는데..
우리는 어설퍼보여도 끈기있게 해냈다. ( 나중에 영국 갔을때 힘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이 자전거 종주 경험보다는 덜 힘들다는 생각에 버티고 잘 헤쳐나갔던 기억이 있다.)
과거의 어떤 경험은 현재를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응원단과 자양분이 되어준다.
4월 제주 자전거 종주 +1일차 :: 빽다방 .. : 네이버블로그 (naver.com)